[꿀빵]U-20월드컵, 월드컵이랑 뭐가 다른데?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좌불안석, 또 다른 업무! 그 이름 바로 회.식.자.리!
이달의 우수사원으로 뽑힌 김대리님이 한턱을 쏜다나 뭐래나.(#부럽_나는_언제_받아보나)

'가만있어보자 지금 시간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빛나라 순이'가 할 시간인데...' 재미없는 회식자리에 한 줄기 빛을 기대하며 TV채널을 돌렸지.

TV를 돌려봐/사진=이동훈 기자

근데 웬열? 드라마는 안 하고 U-20 월드컵이 중계되고 있더라구. '에이 이게 뭐야..ㅠ' 풀이 죽어서 혼자 맥주 원샷하려는데 '이 달의 우수사원' 김대리님이 "너 축구 안좋아해? 요즘 U-20이 핫하잖아"라고 말하시더라구.


'도대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겅미?'라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니까 김대리님은 한숨을 푹 쉬더니 "내가 U-20에 대해서 너한테만 살~짝 알려줄게, 이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라고 말하시며, 내 옆자리로 술잔과 앞 접시를 옮기셨어.(#넘나_부끄)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패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국 선수들/사진=뉴스1

☞ U-20 월드컵쯤은 안다~하는 해외 축덕들은 여기로 (//news.mt.co.kr/mtview.php?no=2017052612250869141&type=1)

#U-20_월드컵 #미래의_슈퍼스타

쉽게 이야기하면 U-20 월드컵은 만 20세 미만의 어린 선수들을 위한 축구 월드컵 대회야. 벨기에한테 개발렸던 3년 전 2014 브라질월드컵을 기억하지? 이번 대회는 그때랑 달리 나이제한이 있는 월드컵이야. 2005년까지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되다가 2007년 대회부터 20세 미만 월드컵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바뀌었어.

U-20 월드컵이 성인 월드컵과 다른 것은 나이 제한뿐 아니라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건 2년에 한 번씩 열린다는 거지. 청소년은 1년이 다르게 쑥쑥 크잖아. 만약 4년에 한 번 열린다면 이제 막 17세가 된 선수들은 억울하겠지? 이번 대회에서는 20세와 함께 뛰어야 하잖아. 다음 대회 때는 20세를 넘어서 못 뛰고. 뭐, 그런 저런 이유 때문이야.

청소년은 쑥쑥 큰다고/사진=뉴시스

간단히 이야기해서 세계적으로 열리는 국가간 축구 대회는 4개가 있다고 보면 돼.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월드컵. 바로 나이 제한이 없는 성인 월드컵이지. 하나는 올림픽. 그리고 U-20 월드컵, U-17 월드컵까지야.(#여자월드컵도_꿀잼)

성인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이 제한이 있어. 올림픽은 만 23세까지만 참여할 수 있어. 거기에 재미를 좀 더 더하기 위해 와일드카드라는 이름으로 나이제한 없이 3명을 더 쓸 수 있지. 그리고 U-20 월드컵은 만 20세 미만, U-17 월드컵은 만 17세 미만이 뛸 수 있어. 올림픽을 제외하고는 와일드카드 제도는 없고.(#훗)

"어때? 쉽지? 나이제한 없는 월드컵 그리고 23세, 20세, 17세. 3살씩 어려져."

헐ㄹㄹㄹ 내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아/사진=인터넷커뮤니티

'뭐지 이 남자..평소에는 더럽게 말 잘 못하더니 축구 설명할 때는 꽤 괜찮은데..'(#더럽)

"김대리님, 그럼 U-20 월드컵은 3번째 정도 되는 의미 없는 대회 아닙니까?" 라고 내가 딴지를 걸었지.(#드라마_보구시펑)

(#응_아니야~) 그렇지 않아. 올림픽은 엄밀히 말해 축구 최고기구인 피파(FIFA) 주관대회가 아냐. 올림픽의 수많은 종목 중에 하나일 뿐이지. 올림픽 본선에 나오는 팀도 16개뿐이고. 각 대륙간 실력과 국가 숫자를 감안해 본선 진출팀 수를 결정하는 FIFA 대회와 달리 올림픽은 평등을 더 중시하지.

축구 잘한다고 알려진 유럽과 남미 비중이 작아. 유럽에서 4팀, 남미에서도 2팀 밖에 나오지 않지. 아프리카에 3.5팀, 아시아에 3.5팀, 북중미 2팀, 오세아니아 1팀 등 비교적 강팀이 적은 대륙에 본선 진출권 배분이 후해. 그러니 본선에서 강팀을 피할 확률도 높아지겠지?

2017 U-20 월드컵 한국에 참가한 24개 팀

그뿐만이 아냐. 만 23세 정도 되면 이미 성인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도 적지 않지. 유명 구단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올림픽 축구 대회의 비중보다는 자신이 뛰고 있는 프로경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유명 선수들은 올림픽 축구경기에 불참하는 경우도 많아.

그런데 U-20 월드컵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아직 제대로 포텐 터지기 직전의 선수들이거든.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이름_알리면_이적료_대박) 즉, U-20 월드컵은 미래의 슈퍼스타를 미리 만나는 대회라고 생각하면 돼. 전세계의 유명 스카우터, 축구팬들이 앞으로 5년 내 축구판을 뒤흔들 선수를 찾기 위해 U-20 월드컵에 집중하지.

이적료 대박

선수 개개인뿐 아니라 U-20 월드컵에서 활약한 국가는 몇 년 후에 성인 축구에서도 ㅎㄷㄷ 해지지. 예를 들어볼게. 1989년, 1991년에 연달아 U-20 월드컵을 우승한 포르투갈은 2000년대 들어서 축구 강국으로 점프했어. 지금은 호날두(#월급_20억원)의 나라로 유명하지?

1999년 U-20 월드컵의 결승전은 스페인과 일본이었는데 둘 다 U-20 월드컵 찍고, 잘나간 팀이라고 보면 돼. 스페인은 2008년 유럽 국가끼리 겨루는 축구 대회에서 우승한 뒤 2010년 월드컵 우승(#첫우승), 2012년에도 유럽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일본도 1999년 준우승을 했던 선수를 주축으로 아시아에서 엄청 잘나갔지.

쉽게 말해 U-20 월드컵만 보면, 향후 10년 뒤 축구판을 예측할 수 있다 이거지.(#한줄핵심요약)

지렸다 지렸어/사진=인터넷커뮤니티

"와! 김대리님 진짜 멋지십니다. 짱짱!" 존경하는 눈빛으로 김대리님을 쳐다봤지. '관심이 전혀 없던 것에 이렇게 흥미를 가지게 만드는 저 말솜씨..정말 이달의 우수사원이 맞네..'(#후광주의)

한창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 순간! 이승우 선수가 날린 로빙슛이 골키퍼를 넘기고 들어가는 게 아니겠어? 순식간에 회식자리는 축제의 장으로 변했고 사람들은 연신 '이승우'와 '백승호'를 외쳤지.

"아르헨티나도 잡고 가자!", "한 골 더 넣어라!" 등 응원열기도 식을 줄 몰랐어.

근데 나는 '이승우? 백승호? 걔네가 누구야..?'라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신기하게 쳐다만 보고 있으니, 김대리님이 나를 다시 자리에 앉히고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

바르셀로나에서 촉망받는 이승우(왼쪽)와 백승호(오른쪽)

#이승우 #백승호

U-20 월드컵이라는 글자만큼이나 많이 듣는 단어가 이승우랑 백승호일거야. 둘이 대체 어떤 선수길래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예전에 이동국, 이천수, 박주영 나올 때도 이런거 아니었냐고?

조금 달라. 냉정히 보면 많이 달라.

대박이 아빠

극단적인 비유를 해볼게. 이동국이 등장했을 때의 충격은 국내 유명 대학을 나온 학생이 누가 봐도 엘리트 같은 실력을 보여준 느낌이었달까. 오~ 이 친구 좀 천재같은데? 이런 거였지.

이천수 때는 국내에서 천재 같아서 국제 올림피아드에 내보내 봤는데 이 친구가 거기서도 잘하는 거야. '대박ㅋ 얘 실화냐?'라는 기대감이었지. 박주영 때는 이 친구가 어렸을 때 유학까지 갔다 온 거야. 올ㅋ 외국에서도 꽤 하겠는데? 라는 느낌이었달까.

이번 이승우랑 백승호는 아예 어릴 때부터 해외 유학을 갔고, 해외에서 제일 좋은 대학에서 촉망받는 학생이라고 보면 돼. 뭐 하버드, 옥스포드 이런 데서 장학금 받는 학생?(축.알.못을 위한 비유였으니 대학 서열화로 뭐라 하지 말기ㅠ)

FC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팀에서도 잘하는 선수로 꼽혀 온 선수가 이승우, 백승호야. FC 바르셀로나라고 하면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팀 중 하나고. 거기에서 리오넬 메시가 뛰고 있고. 백승호는 가끔 1군 팀에서 불러서 메시랑 같이 연습하기도 해.

어렴풋이 보이는 백승호의 모습.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있다./사진=FC바르셀로나

학교만 잘 나왔다고 다 훌륭해지는 것 아니니까. 취업은 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과정만 놓고 봤을 때는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될 가능성을 이승호랑 백승호가 갖고 있다고 보면 돼.

내가 물었지. "근데 김대리님 메시가 그렇게 대단해요? 훈련 같이 하는 게 뭐 대단하다고."

김대리님이 한숨을 푹 쉬더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어.

리오넬 메시가 어떤 선수냐고? 인간이 아닌 신계급 선수지. 매년 최고의 축구 선수를 뽑는 '발롱도르' 'FIFA 올해의 선수상'이라는게 있어. 역대 가장 많이 뽑힌 선수가 바로 메시야.

펠레랑 마라도나는 들어봤지? 축구 역사상 가장 잘한다는 선수 둘. 메시랑 호날두가 비슷한 레벨이란 말이지. 바로 이 선수랑 백승호가 같이 훈련한다고.(#물론_가끔 #직업탐방)

신계 선수 리오넬 메시/사진=FC 바르셀로나

"그럼 이승우랑 백승호가 우리나라 에이스네요?"라는 나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김대리님은 "뭐, 우리나라 선수들 다 잘하지만 아무래도 에이스는 이승우랑 백승호가 아닐까?"(#우승으로_이끌어라!)

시간이 흘러 후반 막바지가 흘러갈 때쯤, 사람들은 승리를 확신한 듯 환호성을 질렀어. 그때 김대리님은 옆에서 중얼중얼거리더라구. "만약 우리가 2승1무나 3승으로 조1위로 16강에 진출하면 OOO를 만나니까 쉽게 8강을 가고..중얼중얼"

그래서 내가 "김대리님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라고 물으니 "아! 경우의 수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었어. 우리나라가 조별리그에서 몇 위로 진출하면 어떤 팀을 만날지 같은 거 말이야."

"아ㅠ 또 경우의 수에요? 좀 경우의 수 좀 안 따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했더니 김대리님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어.

"그치? 나도 지겨운데, 이번엔 좀 달라"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연승을 거둬 16강 진출을 확정했다/사진=U-20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경우의_수 #브라질이_만만해

웬만큼 축구에 관심이 없더라도 브라질이 축구를 엄청 잘한다는 건 알거야. 그리고 월드컵을 볼 때마다 그놈의 경우의 수 매번 따져야 되는 것이 지긋지긋하다고 느껴봤을 거고.

그런데 이번 친구들이 좀 달라. 지금 조별리그 2경기 했는데, 이미 2연승으로 16강 확정. 경우의 수가 있긴 한데, 그건 조 1위로 나가냐 조 2위로 나가냐에 대한 경우의 수. 완전 즐거운 경우의 수야.

아까 U-17 월드컵도 있다고 했잖아?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이 주축이었던 2년 전 U-17 월드컵에서도 비슷했어. 첫 경기가 브라질이었는데 가볍게 1대0으로 제압했어. 막 엄청 밀리다가 운 좋게 이긴 경기가 아니었어. 브라질을 상대로 한국이 이렇게 할 수 있는거임? 이라고 놀랄 정도로 경기도 잘했었지.

축구장에서 이 국기 보면 그냥 진거다ㅠ

그리고 2번째 경기였던 기니도 1대0으로 이겨서 일찌감치 16강 진출 확정. 마지막 경기가 이번 대회랑 똑같이 잉글랜드랑 경기였는데 0대0으로 비겨서 조 1위를 했지.(#ㅎㄷㄷ)

아쉽게도 16강전에서 벨기에한테 2대0으로 지면서 탈락하고 말았는데, 조별 리그를 할 때만 해도 해외에서 한국을 우승후보로 꼽을 정도였어. 아무리 어린 선수들만 나가는 대회라고 해도 언제 한국이 이런 대접을 받아봤을까?

참고로 역대 U-20 월드컵에서 한 경기 가장 많은 골이 나온 경기가 1997년 대회에서 한국대 브라질의 경기였는데, 그때 한국이 브라질한테 10대3으로 발렸어ㅠ. 무려 7점 차로. 그러니 축구팬으로서 이번 선수들한테 큰 기대를 가질 수밖에.

창피한 과거/사진=인터넷커뮤니티

경기는 결국 2대1로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잡고 2승으로 16강을 확정지었어. 옆 테이블을 보니 젊은 대학생 친구들이 흥겨워하면서 분위기를 즐기더라구.(#오_청춘이여)

김대리님이 신났는지 날 보면서 이야기 했어.

"자. 이제 16강 진출은 확정됐고, 잉글랜드전부터 시작해서 16강, 8강, 4강, 결승이 남아있어. 5번만 더 하면 우승하는 거다. 너도 나랑 5번 축구 보자."



갑자기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지. "응? 너랑 축구 5번? 5번 회식?"(#강제_축덕_입문)

아무튼 회식자리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고, 나는 이번 U-20월드컵을 계기로 좀 더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 축알못이었던 내가 축덕이 된 것처럼 이번 U-20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좋은 성적을 거둬서 많은 사람들을 축덕의 길로 인도해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야.

16강 확정을 지었더라도 마지막 남은 조별리그 잉글랜드전에서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기대해보자!

우승을 노리는 우리 선수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