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살이 그만"·"탈모도 보험을"…'광화문1번가' 가보니

/사진=남궁민 기자

25일 세종로공원에서 개소한 '광화문 1번가' /사진=남궁민 기자

'국민인수위원회'를 표방한 대국민 정책제안 플랫폼 '광화문 1번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26일 점심 무렵 찾은 광화문 세종로공원. 하늘색 컨테이너가 늘어선 '광화문 1번가'에는 정책제안을 위해 모여든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점심을 먹고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삼삼오오 모여든 직장인들은 테이블에 서서 '접수카드'에 새 정부에 바라는 정책을 적어 내려갔다.

◇국민 정책제안 창구…온·오프라인 '광화문 1번가' 개소

'광화문 1번가'는 실질적인 정권인수위원회 역할을 맡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산하 국민인수위원회를 의미한다. 온·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정책과 인물을 직접 제안받아 대통령이 검토해 국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세종로 '광화문 1번가'에는 담당 공무원들과 제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제안1~4번지, 대통령과 읽고 싶은 책을 적을 채워 넣을 수 있는 '대통령의 서재', 행사가 치뤄지는 무대 등이 설치돼 있다. 2층으로 쌓인 컨테이너는 문재인 대통령의 별명인 '이니'와 '산성'을 합친 '이니산성'이란 별명도 얻었다.

'광화문 1번가' 소개 책자와 '접수카드'. 서면 제안 외에도 공무원과 직접 만나 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어젯밤 저녁 뉴스에서 '광화문 1번가' 소식을 듣고 오늘 동탄에서 왔다는 김모씨(69)는 "반영됐으면 하는 정책이 너무 많아 다 적기 힘든데 공무원을 직접 만나 얘기해야겠다"며 제안1~4번지로 걸음을 옮겼다. '광화문 1번가'에서는 서면 정책 접수 이외에도 현장에 파견된 공무원에게 직접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설명하고 접수할 수 있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정책을 적은 메모를 붙일 수 있는 가판대에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가판대에는 '몰카·리벤지 포르노 처벌해주세요', '탈모도 질병이다. 의료보험 적용해주세요', '아이가 어릴 때 엄마와 함께 있게 해주세요. 직장 3년 육아휴직 보장해주세요', '집값 안정화 부탁해요. 서울 집값 너무 비싸요', '2년마다 이사해야하는 전세살이 이제 그만', '먹고 살기 힘들어요. 월급 팡팡 올려주세요' 등 다양한 목소리의 제안이 적혀있었다.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은 다가와 '체육시간에 맘껏 놀게 미세먼지 문제 해결해주세요"라는 종이를 붙이고 갔다.

'광화문 1번가' 전경 /사진=뉴시스

'광화문 1번가' 중앙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 특정 주제에 대한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정책관계자, 담당 공무원들이 듣는 '국민마이크'와 매주 화요일·목요일 여러 전문가와 시민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는 '열린포럼'이 개최된다.

27일 토요일 '촛불이 말합니다'라는 주제로 첫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저시력자를 위한 돋보기 안경이 비치된 탁자 /사진=남궁민 기자

장애인을 위한 시각·청각 장애인 전용 안내창구, 저시력자를 위한 돋보기 안경 비치 등 시민들에 대한 꼼꼼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한편 개소 하루가 지났지만 여러 시설이 운영을 준비 중인 상태였고 현장 안내요원들은 제안 접수 방법, 편의시설 등 간단한 질문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고 답하는 등 사전준비가 부족한 모습도 눈에 띄어 아쉬움을 남겼다.

직장 동료와 함께 서서 '정책 제안'을 적어내려간 직장인 박모씨는 "예전엔 큰 기대를 안했는데, 이번엔 제안하면 정말로 될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라며 "이제는 정부가 국민들 목소리에 귀기울였으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