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갑질'에 칼 제대로 뺀다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대형 유통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된다. 재벌 개혁을 전담하는 조직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새롭게 설치된다. 공정위가 대기업들의 '갑질' 횡포에 칼을 빼든 셈이다. 관심을 끌었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선 공정거래법 집행체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서 다루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이 같은 내용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했다.

대형 유통업법에 3배 이내의 배상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다. 현행법상 대규모 유통업자가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하는 경우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거나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하지만 과징금이 피해자 손해 배상에 이용되지 않고 국고로 환수돼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배상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도급법과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배상 범위도 확대된다.

하도급 납품단가 조정 대상에 최저임금 인상 등 노무비 변동이 포함된다. 이한주 경제1분과 위원장은 "하도급 납품단가 조정 대상에 원자재 단가 변동만 반영했는데,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 노무비 변동도 포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인건비 증가로 이어져 총비용을 늘리는데, 대기업이 이 부담을 고스란히 하도급업체로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맹사업자단체 신고제 등 가맹점 대리점 사업자단체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진다. 공정위는 원사업자의 보복을 금지하는 가맹 본부 보복조치 금지를 신설하고, 대형유통업체 보복조치 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재벌 저승사자로 불린 공정위 기업조사국은 '기업집단국'으로 부활한다. 공정위는 현재 대기업 불공정행위 감시와 조사를 전담하는 기업집단과를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내용이기도 하다.

법개정이 필요한 전속고발권제 폐지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국회와 충분히 논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