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상품 경쟁력" 유통업계 PB상품 질주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은 자체 브랜드(PB 또는 PL) 상품에 각 유통기업들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피코크 등 히트 브랜드들이 자체 브랜드 상품의 위력을 입증해 보이면서 소비 침체와 각종 규제로 고전하고 있는 업계에 돌파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올해 초 선보인 균일가 PB 브랜드 '온리 프라이스(only price)' 상품 종류를 확충하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온리 프라이스는 균일가를 핵심 컨셉트로 눈속임 없는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1000원 단위로 책정할 계획이다. 현재는 생수·요구르트·딸기쨈·우유 등 식품과 칫솔·생리대·주방세제 등 생활용품, 행주·위생접시·커피컵 등 주방잡화 분야 약 40여개 품목을 일부 매장과 온라인 롯데마트몰에서 시범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상품군 등이 충분히 확보되는대로 집중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상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PB 브랜드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26~27%인 PB 제품 매출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4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롯데마트의 온리 프라이스는 이마트의 노브랜드 성공에 자극받은 측면이 적지 않다. 필수적이지 않은 기능을 최소화해 가성비를 최대한 끌어올린 이마트 노브랜드는 2015년 4월 출시돼 그 해 23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1000개 상품, 1900억원의 성과를 냈다. 지난해 8월부터는 노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하는 노브랜드 전문점까지 선보였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불과 9개월만에 점포수가 30여개로 늘어날 정도로 인기다. 간편가정식(HMR)을 중심으로 한 PL 브랜드인 이마트 피코크도 지난 2013년 매출 340억원, 상품수 200종에서 지난해엔 매출 1900억원, 1000종으로 성장했다.

이마트는 장기적으로 피코크를 이마트 PL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고급 식품 브랜드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피코크는 지난해 3월 쿠팡을 시작으로, 4월에 SK플래닛 시럽, 5월 카카오, 6월 롯데홈쇼핑, 하반기 옥션과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과 NS홈쇼핑 등 이마트가 아닌 다른 유통 채널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다. 올해는 백화점인 AK플라자 분당점에도 론칭을 했다.

자체 브랜드 제품은 상품 기획, 제조 등에 더 신경 써야할 부분이 많지만 마케팅과 유통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다른 매장에는 없은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해 채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편의점업계도 PB 상품이 대세다. 과거엔 편의점 하면 어떤 매장이나 비슷한 상품들이 떠올랐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다양한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1월부터 새로운 가치와 다양한 경험을 강조한 PB 통합 브랜드 'HEYROO(헤이루)'로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고, GS리테일도 지난해 2월부터 새 통합 PB 브랜드 'YOU US(유 어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008년부터 '7-SELECT(세븐셀렉트)'라는 PB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각 사의 매출 중 PB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CU는 PB 제품 매출 비중(이하 담배 제외 기준)이 지난 2014년 말 21%에서 올해 1분기 현재 26%까지 상승했고, GS25와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각각 34.9%에서 36.1%, 33.4%에서 35.5%로 높아졌다.

유통기업들의 자체브랜드 매출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월마트 테스코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의 자체 브랜드 상품 매출 비중은 평균 50% 안팎으로 파악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국 채널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상품 차별화"라며 "앞으로도 계속 PB 상품 비중을 높여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