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경찰, 반성·성찰 먼저"…수사권 논의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경찰청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사진제공=뉴스1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이어 이번에는 경찰이 '반성' 대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경총에 직격탄을 날린데 이어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경찰을 향해서도 '반성과 성찰'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했다.

공약 사항인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권한을 나눠 가지려면 경찰 내부 개혁부터 하라는 주문이다. 새 정부가 재계, 수사당국 등 '적폐청산'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고 판단하는 대상에게 거침없이 쇄신을 말하는 모양새다.


경찰청은 27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국정기획위에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경찰 분야 전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방안과 계획에 대한 경찰청 보고를 토대로 진행됐다고 국정기획위가 밝혔다.

특히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확대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국정기획위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경찰 내부 개혁 요구 역시 더 커졌다. 박범계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은 이날 "경찰이 인권옹호기관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반성과 성찰 △경찰의 권한 분산과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또 다른 권력기관화, 조직 비대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 불식 △인권경찰로 거듭나야 함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약으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수사·기소 분리, 자치경찰제 확대 도입, 경찰위원회 실질화, 전국적 치안 수요에 맞는 민생치안 등이 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박 위원장은 검찰의 권한을 나눠 가진 경찰이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인권친화 경찰'을 요구한 발언을 두고 "매우 적절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검찰이 가진 권한을 경찰에 줬을 때 권한 남용은 어떻게 통제할지 견제·균형은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권한의 수평적 이동으로 또 다른 권력기관을 만드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논란을 일으켰던 경찰 수사도 언급했다. 2012년 당시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일명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직원 압수수색을 단행하지 않은 사례와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진 용산참사 사건 등을 말했다.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역시 미완의 수사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경찰은 경비국, 수사국, 정보국, 외사국, 생안국 등 물적토대 갖고 있다"면서 "정보와 수사를 할 수 있는 기능이 모두 있는데 관련 세부 규정들이 제대로 정비돼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13만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에 맞는 위상이 제고돼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거대조직으로 매해 평균 1만명의 징계비리 등이 나타나는 통계도 (경찰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경찰청은 업무보고에서 △집회에 차벽·살수차를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는 안 △조사 단계에서 피의자 진술 녹음·녹화 등을 의무화 △각 경찰서에 형사공공변호인을 배치 등 인권 강화 방안과 △수사경찰 별도 인사관리체계 마련 △경찰위원회 권한 강화 등 수사구조 개혁안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