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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7.05.29 03:21|조회 : 6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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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같은 인류 최고의 석학도 “글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기록하지 못하고, 말로는 하고 싶은 생각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書不盡言 言不盡意)고 고백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대작가도 “글을 쓴다는 것은 때로 깊은 우물 바닥에 혼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이런 하루키가 좋은 글의 조건으로 내세운 건 리듬이다. “글의 리듬이란 단어의 조합, 문장의 조합, 문단의 조합, 딱딱함과 부드러움의 조합, 무거움과 가벼움의 조합, 균형과 불균형의 조합과 조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역사상 뛰어난 모든 작가 소설가 시인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몇 가지 더 추가된다. “감상이 아니라 경험으로 쓰고, 세상을 감동어린 눈으로 봐야 하며, 자유로운 정신을 가져야 하고, 약간은 부족한 게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강조한다.(시인 강은교) “감성훈련을 쉬지 않고 해야 하고, 상투성에 빠져들지 말 것이며, 죽은 인식이 죽은 언어를 불러온다는 점도 명심하라”고 지적한다.(시인 안도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0일째다. 소설가 하루키나 시인 강은교 안도현이 말하는 기준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의 말과 글은 어떨까. 그것이 좋은 글이라면 정치적 연설문이라도 이런 기준에서 예외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사 3가지를 보자.

우선 글의 리듬이란 측면에선 취임사 중 아래 대목이 눈에 띈다. “정치는 혼란스러웠지만 국민은 위대했습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돼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강은교 시인의 말대로 좋은 글은 감상이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이며, 세상을 감동어린 눈으로 봐야 감동적인 글도 나온다. 이런 점에선 5·18 추도사의 아래 문장이 좋은 예다. “광주의 진실은 저에게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고,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었습니다. 그 부채감이 민주화운동에 나설 용기를 주었고, 그것이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준 힘이 됐습니다.” 이와 함께 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사 중 참여정부의 실패와 관련해 “그러나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습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하는 대목도 문재인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말이며, 그래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좋은 글은 상투성에 빠지지 않고 낯익은 것들과 결별할 때 가능하다는 안도현 시인의 말은 문장론의 핵심 중 핵심이다. 이 점에선 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사 중 아래 대목이 압권이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립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 말, ‘야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5·18 기념사, 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사는 문장론이란 측면에서 분석해봐도 좋은 글이다. 확실히 명문이다.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작품이 아닌 정치인의 연설문도 그것이 얼마든지 우리를 감동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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