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 '알파고' 나온다…바둑→사회 전분야 '범용 AI' 초읽기

27일 중국 저장성 우전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3국에서 세계 바둑 랭킹 1위 커제 9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하고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는 커제 9단과의 3번째 대결에서도 209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사진제공= 구글

구글 AI(인공지능) 알파고가 결국 인간 바둑을 평정했다. 바둑 세계 랭킹 1위 커제 9단과의 3차례 대국에서 압승을 거뒀다. 더 이상 바둑 계에서 알파고에 맞설 적수가 없다. 구글은 “더 이상 바둑대국을 하지않겠다”며 알파고의 은퇴를 선언했다. 대신 AI가 인류사회의 모든 부문을 학습하고 응용할 수 있는 범용 AI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선언했다.


◇범용 AI, 사전정보 없이도 스스로 학습…인류사회 전분야 쓰인다

지난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개최된 ‘바둑의 미래 서밋’. 중국 커제 9단과 3번 경기를 비롯해 프로바둑 5인과의 대결 등이 펼쳐진 이 이벤트에서 알파고는 모든 대국에서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와 비교해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이미 인간의 창의성과 감각을 뛰어넘어 ‘신의 바둑’을 두는 알파고의 경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16만개의 기보를 익히는 ‘지도학습’과 이를 통해 가장 합리적인 수를 도출하는 ‘강화학습’을 익혔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알파고 2.0은 기보조차 참조하지 않았다. 기존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수를 찾아내는 강화학습만으로 커제 9단을 꺾었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대국에서 CPU 1920개, GPU 280개를 이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데이터 분석과 딥러닝에 특화된 TPU(Tensor Processing Unit)만으로 대국을 펼쳤다. TPU를 활용하면 기존 CPU-GPU 조합 대비 15~30배 높은 성능을 갖추면서도 전력소비는 30~80배 줄일 수 있다.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 2.0은 지난 버전에 비해 새로운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3분의 1로 줄였다.


이같은 AI의 진화는 향후 다른 분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인류가 쌓은 지식과 데이터를 넘어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고, 결정을 내리는 시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27일 대전이 끝난 후 “알파고는 기존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도 예전 버전보다 실력이 좋아져 범용 AI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범용 AI란 사전 지식 없이도 AI가 스스로 다양한 지식을 유연하게 익히고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범위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분야에 대해 AI가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춰야 하는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상당한 수준의 전문인력과 비용을 들여 장기간 연구해야 풀 수 있었던 과제들도 범용 AI를 이용하면 그 시간과 자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허사비스 CEO는 “범용 AI는 질병 진단 및 치료, 신약 개발 등 복잡한 연구를 도울 수 있다”며 “향후 AI는 인류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진리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의료 등 전문분야, AI가 앞서…연구·예술 ‘창조’도 넘봐


실제로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였던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춘 분야에서 AI의 약진은 시작됐다. 의료부문에서는 IBM 왓슨이 암 관련 오진율 2~9%을 기록했다. 이는 전문의 오진율 20~44%보다 훨씬 낮다. 지난해 12월 왓슨을 도입한 AI 암센터를 설립한 길병원에 따르면 의료진과 왓슨의 진단 및 진료방식이 다를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이 왓슨의 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법률·회계·자산관리 등 전문성을 갖춘 업무분야에서 AI가 인간의 역량을 뛰어넘었거나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구글은 이미 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을 AI의 분석에 따라 설정한 덕분에 전기소모를 40% 절감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범용 AI의 활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에 의해 화학적 결합을 위한 수백, 수천회의 실험이 이뤄져야 하지만 AI가 이를 도맡으면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역시 AI가 직접 핵심 알고리즘을 짜고, 사람보다 월등한 속도로 입력 작업을 마칠 수 있다.

광고·예술 등 창조적인 업무분야에서도 AI가 활용될 수 있다. 기존 AI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학습해 최적의 광고 노출 시기 및 방식 등 매체 전략을 내놓는데 머물렀다. 향후 범용 AI가 현실화 되면 AI는 주요 타깃의 특성을 습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학습 및 판단을 통해 최적화된 카피 문구를 직접 쓰고 디자인까지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또 다른 AI ‘마젠타’는 지난해 80초 길이의 피아노 연주곡을 작곡했다. 소니컴퓨터사이언스연구소 역시 음악 AI ‘플로머신’을 통해 작곡한 2개의 팝송을 제작했다. 지난해 선보인 단편영화 ‘선스프링’은 AI가 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