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이스피싱 범인 잡으려다 일반 시민 폭행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사진=뉴스1

경찰이 일반 시민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인으로 오인하고 검거하려다 폭행한 일이 발생했다.

28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밤 10시40분 강력팀 소속 형사 4명이 지하철 7호선 옥수역 2번 출구 근처에서 시민 A씨(31)를 용의자로 오인해 체포하려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얼굴과 팔 등에 상처를 입었다.

경찰은 당시 '딸을 납치했으니 돈을 가져오라'는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를 받고 옥수역으로 출동했다. 옥수역은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인에게 추가로 돈을 주기로 한 장소였다.

경찰은 역 근처에서 휴대폰 이어폰을 끼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A씨를 보고 용의자를 의심해 확인차 불러 세웠다고 설명했다. A씨가 도주하려 하자 경찰은 범인이 맞다고 판단해 체포하려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확인 없이 무턱대고 폭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A씨가 격렬하게 저항하고 경찰이 이를 제압하려다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나를 납치하려는 줄 알고 도망치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경찰서로 연행해 조사하다 뒤늦게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확인된 뒤 A씨와 경찰서를 찾은 A씨 아버지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드렸다"며 "이튿날에도 A씨 자택을 찾아가 재차 사과드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형사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내부 감찰 착수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상처를 입은 A씨가 경찰 법 집행으로 손실을 본 경우 내부에서 보상해주는 '손실보상제도' 등을 통해 적절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