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관리 프로그램 복제해 10억 가로챈 일당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통합의료정보시스템 정보를 훔쳐 똑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한 업체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A사 대표 이모씨(40)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법인 A사와 A사 이사 최모씨(40), 직원 송모씨(31)는 불구속 입건했다.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이란 검사·진료지원, 전자의무기록, 처방전 전달 등 병원 진료와 경영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14년5월부터 올해 2월까지 B사 통합의료정보시스템 소스코드를 무단으로 훔쳐 복제해 프로그램을 만든 혐의를 받는다. 소스코드란 프로그램 작동 원리를 담은 정보로 기업의 개발 기밀에 해당한다.

이씨 등은 모방한 프로그램을 전국 대형 병·의원 100여곳에 팔아 유지보수비용으로만 약 10억원을 가로챘다.

조사 결과 A사는 소규모 의원에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을 제공하던 업체였다. 대형 병원과 계약을 맺을 기회가 생겼으나 자사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다 대형 병원용 통합의료정보시스템 개발사로 유명한 B사를 접촉했다. 애초 소스코드를 구매하려 했지만 너무 비싸 훔치기로 공모했다. B사가 제시한 비용은 3억원이었다.

이씨 등은 2014년5월 저녁 식사를 핑계로 B사 대표를 유인했다. A사 직원 송씨는 이 틈을 타 B사 사무실에 들어가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빼돌렸다. A사는 이 소스코드를 복제해 이름만 바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씨 등의 범죄는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훔친 프로그램은 무단복제 방지용으로 유효기간을 3년으로 두고 있었다. 연장하려면 B사에 연락하도록 자동으로 설정돼 있었다. A사의 모방 프로그램을 쓰던 병·의원들이 B사에 유효기간 연장을 신청하자 B사는 무단 복제됐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 등은 경찰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A업체 모방 프로그램을 설치한 병원이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고 유관기관과 협조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