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딸 교장 전셋집 위장전입' 의혹…정부 '묵묵부답'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대우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인 강 후보자가 장녀를 이화여고에 전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한 곳은 청와대와 본인이 밝힌 친척집이 아니라 이화여고 전 교장이 전세권자로 설정된 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당초 청와대 발표와 달리 강 후보자가 자신의 장녀를 이화여고에 전학시키기 위해 친척이 아닌 이화여고 전 교장의 집에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서다. 강 후보자와 외교부는 관련 의혹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29일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과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자가 2000년 위장전입했던 중구 정동의 아파트 전세권자는 이화여고 전 교장 심모씨로 드러났다. 강 후보자의 장녀는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2000년 7월 정동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다. 정동의 이 아파트는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이화여고 교장과 학교법인이 전세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지난 21일 강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발표하며 강 후보자가 장녀 고등학교 진학문제로 위장전입했단 사실을 밝혔으나 친척집에 주소를 뒀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후보자가 청와대에 거짓말을 했는지, 청와대가 이 사실을 알고도 무마했는지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 당국자는 2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청문회 관련해서는 별도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며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에 포함된 신상관련 제반 사안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일괄적으로 상세히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청와대가 해당 의혹을 미리 알았는지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강 후보자 역시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인근 임시사무실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위장전입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강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에야 장녀와 차녀의 증여세(각각 232만원)를 뒤늦게 납부한 것과 관련해서도 답변을 피했다.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발표한 일부 후보자 중 명백히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의 경우 안정적 국정운영과 진정한 협치의 기반 마련을 위해 지명철회를 요구한다"며 강 후보자에 대해 "위장전입, 이중국적, 세금탈루에 이어 고위공직자로서 가장 심각한 거짓말 의혹까지 덧붙여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관계자는 "해당 고교의 교장 집에 위장전입했단 의혹이 사실이라면 청문회까지 갈 것도 없이 본인이 거취를 밝혀야 할 위중한 문제"라고 밝혔다. 다른 야당 관계자도 "신상문제가 아니어도 엄중한 시국에 외교부 장관으로서 적절한지 자체가 검증이 안된 부분이 많아 그쪽에도 무게가 많이 실렸다"며 "세게 나가자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