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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차 '휴먼구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신혜선이 만난 사람들]<7> 이용훈 전 서울도서관장의 사서이야기 "살아있는 도서관을 책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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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 느린 삶의 공간·발견하는 공간 '도서관'을 따뜻하게
- 정부도서관 정책도 '지방분권'에 기초해 정부+지자체 협력모델 만들어야
- "문재인 대통령님, 10월 도서관 대회 참석해 주세요."


올해로 사서 인생 35년이 되는 이용훈 전 서울도서관장(57)은 사서가 독서 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시민사회의 문화적 토양을 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사진=김휘선 기자
올해로 사서 인생 35년이 되는 이용훈 전 서울도서관장(57)은 사서가 독서 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시민사회의 문화적 토양을 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사진=김휘선 기자

"'휴먼구글'이란 별명이 있다면 누구를 칭하는 말일까요?" 미술관에 가면 큐레이터가 있고 박물관에 가면 학예사가 있다. 도서관에 가면? 이 정도면 눈치챌 만하다. 사서다.

'휴먼구글'은 뉴욕공공도서관 사서들이 만든 사서 별칭이다. "'인공지능 시대, 책 안 읽는 시대' 사서는 위기일 수 있지요. 어떤 의미로 해석되나요?"

올해로 사서 인생 35년이 되는 이용훈 도서관비평가(전 서울도서관장, 57)가 '사서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다. 이 전 관장은 오는 7월 1일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취임을 앞두고 있다.

사서는 시설과 책과 함께 도서관을 구성하는 세 요소의 분명한 축이다. 최근 도서관의 변신을 보면 사서는 한 걸음 더 나간다. 도서관의 변신을 책임지고 기획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로 활약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아날로그 냄새 물씬 품기는 도서관 사서들이 현존 검색의 최고 지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구글을 애칭으로 가져다 쓰는 이유 역시 디지털 검색기능 강화와 AI(인공지능) 등장을 염려해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른다.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에는 '서울도서관' 내부가 나온다.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에는 '서울도서관' 내부가 나온다.

싸이의 뮤직비디오 '젠틀맨'. 춤추는 싸이의 배경은 서울의 명소가 된 '서울도서관' 내부다. 수도 한복판 '노른자 땅' 위에 아이와 어른 공간 구분 없는 서울도서관(2012년 개관)은 시설부터 운영까지, 도서관에 대한 선입견을 바꿨다. 그 기획은 이 전 초대 관장과 사서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도서관을 찾은 이용자가 어떤 책을 찾았을 때 그 책이 없으면 실망하죠. 하지만 사서가 '그 책이 왜 필요하세요?' 라고 다시 묻는다면 절망은 희망으로 바뀝니다.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필요한 도구(자료)를 찾는 거였다면 유사한 도구는 널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사서가 '휴먼구글'로 변신해 도와주는 거죠."

게다가 지금 도서관은 시를 낭송하고 장난감을 만들고, 춤을 추고 공연을 볼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이미 전 세계 도서관이 그렇게 변했다. 우리도 더는 '정숙'만을 요구하는, (시험) 공부하고, 혼자 책 읽는 공간이 아닌 곳이 여러 군데다.

- '사서 없이 도서관은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은 구문일 수 있지 않나요. AI의 빅 데이터 검색은 무인 도서관을 예고하는 일이라고도 하고요.

영화 '플랜 맨'은 도서관 사서인 주인공을 조용하고 까칠하며 고루한 성격으로 그린다.
영화 '플랜 맨'은 도서관 사서인 주인공을 조용하고 까칠하며 고루한 성격으로 그린다.
▶ 일면 그런 변화도 보이죠. 그 전에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 생각해봤으면 해요. 도서관은 축적하는 곳입니다. 시간이 필요하죠. 그 축적은 사람이 합니다. 빅데이터와 AI 시대에 위협받는 인간의 역할은 공통된 고민이니 잠시 접어두고요. 뉴욕공공도서관 사서들이 '휴먼구글'을 얘기하는 이유는 따뜻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거 아닐까요? 도서관 3요소는 시설과 장서, 사람(사서)이듯 사서가 없는 도서관은 생각할 수 없어요. 전문적인 역량과 전문가로서의 철학과 윤리를 가진 사서가 있어야 따뜻한 도서관이 될 수 있어요. 공동체 중심 공간으로써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사서는 사람들을 책과 공간, 프로그램과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까칠하고 안경 끼고 다소 고루하다? 이런 사서는 이제 힘들 걸요. 흐름을 빠르게 읽는 센스가 필요해요.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어떤 면에서는 질식할 거 같은 느낌도 있죠. 젊은이들이 도서관 대신, 카페에 가서 공부하고 책 읽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작용한 거죠. 그래서 이미 사서의 화두는 시끄러운 도서관 만들기로 바뀌었어요. 사람을 모이게 하고 머물게 하는 프로그램을 고민한다는 말이죠.

-'시끄럽다', '소란스럽다'를 도서관식으로 해석해본다면요.
▶ 사람들이 많이 와서 공동체 활동을 한다는 의미 아닐까요. 독서는 개인 활동이죠. 시험도 그렇고. 더군다나 경쟁의 성격입니다. 하지만 도서관은 분명 공적 공간이에요. 공공성을 추구해야 해요. 여기에 사람들이 왔다면 나 외에 다른 사람을 인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같이 무언가를 하는 그런 행위도 필요한 겁니다. 공동체 중심 공간으로써 공공도서관 역할에 새삼 눈을 뜬 거죠. 물론 매개는 책과 프로그램입니다. 책과 프로그램과 사람들을 매개하는 자로서 사서가 있다고 봅니다.

서고에 접근할 수 없었던 '폐가식 도서관' 문화는 사라졌다. 일정 정도 소란스러워져 불만도 나온다. 하지만 소란스러움을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느 도서관은 연극 등 공연을 한다. 미국 도서관은 '메이커 스페이스'로 직접 만드는 활동을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무한상상실'을 운영하는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에 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잖아요? 영화관은 영화 관람, 미술관은 미술 관람인데 도서관은 책도 있고 전시도 있고, 공연도 합니다. 종합선물세트죠. 극장엔 매일 갈 수 없지만, 도서관은 매일 갈 수 있는 일상적 공간입니다. 생활밀착형이고 생활공동체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 도서관 예찬론이 끊이질 않네요.
▶하하하 예. 사서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니. '우연한 발견'이라는 말을 하죠. 서가를 어슬렁거리면서 책을 들춰보는 행위. 도서관에서 그게 가능합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러 읽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느린 삶의 공간이자 발견하는 공간입니다. 그 공간(시설)에는 콘텐츠(장서)와 사람(직원)이 들어가야 완성되는데, 솔직히 그간 사람 문제를 가장 소홀히 했습니다. 건물을 짓고 책을 들여오기 바빴고, 그걸 제대로 운영할 사람은 뒷전이었죠. 대부분 사서는 기본 일만 하기도 벅찹니다. 그나마 많이 노력해서 지역주민도 만나고, 그러면서 공공도서관에서 지역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하는 거지요.

- 곧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에 취임하죠? 15년 근무하던 곳으로 복귀하는 건데, 어떤 점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요. 새 정부에도 바라는 바가 많을 거 같습니다.
이용훈 전 관장은 &quot;공동체 중심 공간으로써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여기서 사서는 사람들을 책과 공간, 프로그램과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quot;고 설명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이용훈 전 관장은 "공동체 중심 공간으로써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여기서 사서는 사람들을 책과 공간, 프로그램과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도서관과 사서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죠. 정부가 미래지향적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책의 생태계 구성원인 '출판-서점-도서관-독서운동단체' 등과 잘 협업하겠습니다. 새 정부의 도서관 정책은 지방분권 정신을 반영해 광역자치단체별 지역대표도서관(서울의 경우 서울도서관)을 통해 하면 좋겠습니다. 지역별로 '도서관 지역계획'도 만들고, 중앙정부는 균형을 고려한 지원과 전국적인 협력과 협업의 기반이 될 네트워크 구축 등에 주력하는 거죠.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실험적 과제를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대통령 직속 기구)를 통해 시도하고 확산시켜 가면 좋겠습니다. 새 정부가 공공영역에서 일자리 창출을 주된 화두로 던졌으니 도서관 사서 확충이나 정규직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 삶의 공부를 위해서, 인문학 공부를 시민이 주체적으로 나서는데 그 서비스 지원 책임을 지닌 전문 사서가 늘어나야 하지 않겠나요? 법률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지길 바랍니다. 결국, 사람과 예산의 문제네요.

- 문재인 대통령이 독서광으로 알려졌죠. 전문 사서로서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싶은 얘기도 있을 듯합니다.
▶도서관 사서는 어떤 책이든 일단 그 책이 필요한 독자가 있다는 생각으로 출발합니다. 어떤 책이 좋으냐면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 답하는 이유죠. 매일 수많은 책이 나오는데, 책 읽기는 늘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늘 시작인 과제이죠.

최근 어떤 출판인이 책 행사 때 '대통령의 책방'(가칭 '달빛책방')을 만들자고 제안했다지요? 대통령이 책을 좋아하신다니 책동네에선 아주 환영합니다. 도서관은 시민의 서재입니다. 자기 스스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시민의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실험들을 공공영역 종사자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대통령이) 조직과 일하는 사람들을 믿고 권한을 주셨으면 좋겠네요.

음, 대통령께 책을 추천한다면 '쓸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도정일)'을 권하고 싶습니다. 대통령과 이 정부가 섬세하다(디테일에 강하다)고 칭찬받는데, 쓸데없다고 여겨지는 것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살피는 마음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겠죠? 도서관 현실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꿈꿀 권리-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주냐고(박영숙)'도 권하고 싶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장이 썼는데, 사립 작은 도서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공공의 빈틈을 메꿔주는 민간의 노력을 볼 수 있어요.

이 전 관장은 10월에 열리는 도서관 대회에 대통령의 참석을 조심스레 요청했다. "역대 대통령 중 참석한 적이 없는 걸로 기억해요. 영상격려도 감사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대통령이 직접 참여해 격려해주시면 독서문화운동 하는 전문가들은 물론 시민들이 기운나고 책에 더 많은 관심을 둘 거 같습니다."

이용훈 전 관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쓸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도정일)'과 '꿈꿀 권리-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주냐고(박영숙)'를 추천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이용훈 전 관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쓸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도정일)'과 '꿈꿀 권리-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주냐고(박영숙)'를 추천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이용훈 전문 사서가 들려주는 사서 이야기

1966년 이후 사서자격증 발급자는 5만여 명에 이른다. 1980년 이후부터만 따지면 4만5000여명이니 80년대 들어 도서관학과 증설과 맞물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서가 모두 도서관에만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정보검색 분야 기업 등에서도 활동하고, 도서관 관련 업체(시스템 개발, 서점 유통, 데이터베이스 구축 업체 등)에서도 활동한다. 또 시민단체 영역에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가, 공공, 대학부터 작은 도서관까지 운용주체별로 도서관 수는 2만 개에 달한다. 하지만 도서관 인력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사서 1인당 봉사대상 인구수는 1만2000명이 넘는다. IFLA(국제도서관연맹)가 제시한 공공도서관 직원 1인당 봉사대상 최저인구 2500명의 5배에 달한다.

지금의 도서관법(1994년 '도서관및독서진흥법'에서 출발)에는 '사서직 관장 제도화'가 명문화돼있다. 도서관은 행정 행위, 주로 일반열람실 등 시설 제공을 중시하는 입장이었는데, 하나의 전문서비스로 인식해 도서관 운영은 전문가가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인식되면서다. 하지만 공립 공공도서관로 국한했을 뿐이고, 그나마도 지켜지지 않는다.

2015년 기준, 5천 개가 넘는 작은 도서관 중 사서가 한 명도 없는 도서관이 30%가 넘는다. 2016년 전라남도 44개 시/군 공공도서관 현황을 조사했는데, 겨우 8곳만 사서직 관장이 임명됐다. 법정 사서직 충원율도 10% 수준이다.

2016년 전체 공립 공공도서관 사서직 관장 비율은 47.1%로 절반에 못 미쳤다. 정부는 올해 그 비율을 50.2%로 늘릴 예정이다.

이 관장의 말처럼 '사서 고생하는' 사서는 그럼에도 매력적이라는 게 이 전 관장의 생각이다. 사서는 어떤 사람들이 되는 걸까.

"사서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책을 좋아하는 이유만으로 사서의 꿈을 키우지 않길 바랍니다. 사서는 사람을 돕고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해요. 무엇보다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그런 점을 잘 이해하고 잘 준비하면 정말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고, 책과 각종 자료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가면 도서관이라는 현장에서 지식과 정보 전문가로서 일할 수 있습니다.

어느 유명 작가가 모교에서 초청했는데 망설였답니다. 이유가, 고등학교 때 책을 빌리고 반납을 안 했대요. 문제는 사서 선생님이 그때까지 계셨고, 분명 그걸 기억할 거라는 걱정이었다네요. 하하하, 민망도 하지만, 얼마나 좋은가요.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서, 그 사서를 기억하는 졸업생. 도서관은 변해도 오랫동안 사서가 필요할 겁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6월 8일 (10:2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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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zon4ram  | 2017.06.10 03:48

우주의 원리를 모르면 올바른 가치도 알 수 없으므로 과학이 결여된 철학은 개똥철학과 다름없다.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의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기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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