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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떠나는 인공지능 왓슨 과학자들…어디로?

[i-로드]<54>대기업에서 개발된 혁신 기술이 전 산업 분야로 퍼지려면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입력 : 2017.06.04 08:00|조회 : 1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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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IBM을 떠납니다.”

IBM 인공지능(AI) 컴퓨터 왓슨(Watson) 개발을 이끌어왔던 핵심 과학자들이 잇달아 회사를 떠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5월 IBM 리서치의 부사장이자 인지컴퓨팅(cognitive computing) 부문의 최고과학임원(CSO)인 구루두스 바나바르(Guruduth Banavar) 박사가 갑자기 IBM을 떠난다는 소식이 나와 관련 업계가 깜짝 놀라는 일이 벌어졌다.

바나바르 박사는 IBM에서 최근까지 인공지능 기술 및 시스템을 헬스케어, 재무서비스, 교육 등 다양한 부문에 적용하는 업무를 이끌었던 인공지능 핵심 과학자이자 머신러닝의 대가이다. 그는 1995년에 IBM에 입사해 27년간 근무한 장기 근속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바나바르 박사가 IBM을 떠나 휴먼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을 연구하는 신생 스타트업 바이옴(Viome)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또한번 놀랐다. 그는 스타트업의 최고기술임원(CTO)으로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이란 인간의 몸 속에 있는 미생물을 통칭하는 용어로 흔히 장내세균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장내 유익한 미생물은 유인균이라 불리는데 우리가 많이 들어온 유산균이나 프로바이오틱스는 광범위한 유인균에 포함된다.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생로병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최근 가장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는 분야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2011~2015년 사이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VC)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무려 459%나 늘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9월 중순까지 VC로부터 조달한 자금 규모가 이미 6억1600만 달러(약 7000억원)를 넘어설 정도로 VC 투자가 집중된 분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의과학연구원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바나바르 박사는 “인공지능 관련 머신러닝 기술을 인간 수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새로운 기회”라며 IBM을 떠나 스타트업으로 이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바나바르 박사 이전에도 IBM을 떠난 인공지능 핵심 과학자는 또 있었다. 2011년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이 인기 TV 퀴즈쇼인 ‘Jeopardy!’에서 역대 최고 퀴즈왕들을 물리치자 당시 왓슨 개발을 이끌었던 데이빗 퍼루치(David Ferrucci) 박사는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구글의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꺾고 올해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마저 이기면서 구글 디마인드(DeepMind)의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박사가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떠오른 것처럼, 그 당시엔 퍼루치 박사가 주인공이었다.

이후 IBM은 왓슨의 인공지능 기술을 의료분야에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퍼루치 박사에게 다시 이 업무가 맡겨졌다.

그러나 2012년 겨울 퍼루치 박사는 17년간 근무했던 IBM을 홀연히 떠났다. 그리고 대형 헤지펀드 회사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어츠(Bridgewater Associates)에 조용히 새둥지를 틀었다.

이 뉴스는 두고두고 인공지능 분야에서 화제가 될 만큼 충격적이었다. 2013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퍼루치 박사는 인공지능 기술을 주식시장과 경제모델로 확장, 적용해 보고 싶어 IBM을 떠났노라고 밝혔다.

바나바르와 퍼루치 박사 등 인공지능 왓슨 과학자들이 IBM을 떠나는 모습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선, 지금까지 인공지능 기술이 퀴즈대결이나 바둑대결 등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의료와 자본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 빠르게 확대 적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IBM 왓슨은 이미 의료분야에 깊숙이 활용되고 있다. 왓슨은 미국을 포함한 5개국에서 의료분야의 임상시험에 사용되고 있으며, 생명과학 분야 상위 25개 회사의 거의 절반 이상이 왓슨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6년 12월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계명대 동산병원,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왓슨을 도입해 암 진단에 시범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은 활발히 접목되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빨리 돈 냄새를 맡는다는 헤지펀드 회사들은 인공지능 과학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을 주식투자에 적용하는 헤지펀드가 홍콩, 런던, 뉴욕, 코네티컷 등 세계 곳곳에서 설립됐다.

브릿지워터 어소시어츠가 IBM의 퍼루치 박사를 영입한 것처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헤지펀드인 센티엔트 테크놀러지스(Sentient Technologies)는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의 기술을 개발한 바백 호잿(Babak Hodjat) 박사를 최고과학자(Chief Scientist)로 영입했다.

이제 머지않아 산업 전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과학자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고 따라서 인공지능 과학자들의 탈 IBM 현상은 앞으로 계속 이어지리라 예상된다.

그리고 더 많은 인공지능 과학자들이 IBM을 떠날수록 IBM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은 전 산업 분야에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대기업에서 개발된 혁신 기술이 전 산업 분야로 빠르게 퍼지려면 바나바르나 퍼루치 박사와 같은 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혁신기술이 대기업 안에서만 꽁꽁 묶여 있다면 기술의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바나바르 박사와 같이 대기업을 떠나 스타트업 등으로 이적하는 모습이 쉽게 나올 것 같지 않다. 과연 한국 최고의 과학자나 기술자가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을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에 새둥지를 틀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삼성전자를 떠납니다"라는 뉴스가 화제가 되고 해당 과학자가 주목을 받는 시대가 서둘러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6월 3일 (20: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상규
강상규 mtsqkang3@mt.co.kr

대한민국 창업가와 벤처기업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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