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 역사, 한국 美와 다른 길 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약) 탈퇴 선언이 전 세계에 혼란을 안기고 있다.

파리협약은 2015년 12월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정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됐다. 전 세계 195개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한국은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기후변화협약상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의무대상국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몇몇 선진국들은 한국·멕시코 등에 자발적인 의무부담을 요구했다. 이에 한국은 자발적으로 2008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할 것을 선언했다.

◇ ‘교토의정서’와 ‘파리기후협약’…기후변화협정의 역사

기후변화협정(UNFCCC)은 1992년 최초로 개최됐다. 국제연합(UN)이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시키기 위해 출범시킨 이 협정에는 당시 190여 개의 나라가 가입했다.


기후변화협정에 가입한 당사국(Party)들은 협약의 이행방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당사국총회’(COP)에 참석한다. 총회는 1995년 이후부터 매년 열렸다. 그중 가장 중요한 회의는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총회와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당사국총회다.

3차 총회에서는 기후변화협정이 구체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2005년 발효된 이 의정서는 2008년~2012년 사이에 선진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에 대비해 평균 5.2%로 감축하는 목표가 포함됐다.
교토의정서는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축 의무를 부여받은 선진국 중에서 의회 비준을 이행하지 않거나, 아예 이탈하는 국가까지 등장했다. 미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2001년 3월 탈퇴했다. 러시아·일본·캐나다·뉴질랜드도 제2차 감축공약기간(2013~2020년)에 불참했다.

교토의정서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협정 당사국들은 교토의정서의 시효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의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2011년 열린 제17차 당사국총회에서 당사국은 기존 선진국 주도의 교토의정서 체제와는 달리 모든 당사국에 적용되는 ‘신 기후체제’(Post 2020)에 합의했다. 신 기후체제는 2015년 파리 당사국총회에서 공식 채택됐다.

파리협약의 핵심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2℃ 이내 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과 전 세계 국가 중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온도 상승 제한 목표를 ‘1.5℃ 이내’로 제시하고 있다. 파리협약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적용 범위가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맞춘 교토의정서보다 더 포괄적이고 △선진 37개국이 떠맡았던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195개 협약 당사국으로 확대하며 △감축 목표를 UN에 제출해 그 이행 여부를 검증하는 상향식(bottom-up)으로 운영되고 △2023년부터 5년마다 탄소 감축 상황 보고해야 하며 △적용 시기는 교토의정서 종료 다음 해인 2021년 이후이다.

◇ 우리 정부·산업계 “큰 영향 없으나 예의주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 선언에 우리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지켜보면서도 기존에 약속한 INDC(국가결정기여안)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 해 간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미국의 탈퇴와 무관하게 기존에 국제사회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을 계속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한다는 INDC를 제출했다.

국내 산업계는 당장 투자나 경영전략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협약 탈퇴가 곧 한국의 탈퇴나 협약 폐기는 아니며 환경 문제가 차세대 경쟁력으로 떠오른 세계 시장 흐름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 신규원전 건설 중단 등 적극적인 탈석탄·탈원전 에너지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는 다른 노선을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다른 협약국이 미국을 따라서 탈퇴하게 될 경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가 한·미관계에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국제협약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한·미 양자 관계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지적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이달 말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