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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우리가 지나쳤던 한국의 테슬라들

우리가 보는 세상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입력 : 2017.06.0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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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금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 (178,000원 상승2800 1.6%)이 2008년 우회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회사가 우회상장을 택한 것은 두 번이나 정식상장을 추진하다 모두 실패해서다. 2006년 기술성심사평가를 통해 상장을 시도했는데, 기술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장신청도 못해보고 꿈을 접었다. 셀트리온이 자신들이 보유한 항체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하는 기술이 비행기를 복제하는 것처럼 고도의 기술이라고 주장했지만 거래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2년 뒤 셀트리온은 코스피시장 상장에 재도전한다. 이번엔 기술성 평가가 아니라 매출 조건을 갖춘 정식 상장도전이었다. 셀트리온이 상장에 실패한 것은 '3년 연속 평균 매출액 200억원' 규정에 대한 해석 때문이었다. 셀트리온은 2007년 6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를 3년으로 나누면 연간 평균 매출이 200억원을 넘지만, 2005년과 2006년 셀트리온의 매출이 '0원'이라는 점이 논란이 됐다. 회사 측은 회계적인 이유로 매출을 '0원'으로 계상했다고 주장했지만 거래소는 상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셀트리온은 해외증시 상장이 아닌 국내 증시 우회상장을 택했다. 공모자금을 모을 수 없었던 셀트리온이 택할 수 있는 자금조달 방법은 우회상장 이후 테마섹이나 JP모간 등 항체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의 가능성을 믿어준 해외투자자에게 투자를 받는 것 뿐 이었다.

2008년 시가총액 1조원에도 못 미쳤던 셀트리온의 현재 시가총액은 12조원에 육박한다. 테마섹은 2010년 부터 꾸준히 셀트리온에 총 3500억원을 투자해 1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니 평가수익만 약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셀트리온이 더 큰 성공을 이룬다면 테마섹의 몫은 더 커질 것이다.

혹자는 셀트리온이 정식상장에 성공해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더라면 셀트리온 성장에 따른 과실을 테마섹과 같은 외국인 투자자가 아닌 국내 투자자들이 가져갔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설령 공모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았더라도 국내 투자자들이 이를 사갔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오래전 셀트리온의 상장 얘기를 다시 꺼낸 것은 최근 '한국형 테슬라 상장'(적자기업 특례상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는 기업도 미래의 성장가능성이 있다면 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 테슬라 상장의 중요한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테슬라 상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당연한 결과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등 현재의 성과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4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본이 이 분야로 흘러들어가야 한다. 벤처투자자금은 엑시트(자금회수)를 전제로 하는데, IPO(기업공개)는 엑시트 수단 중 하나다. 결국 테슬라 상장을 비롯, 코스닥 IPO가 늘어나야 벤처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우리는 9년 전 바이오업계의 테슬라가 될 수 있었던 셀트리온의 정식상장을 막았다. 그리고 성장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도 당장 실적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장을 막았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테슬라 같은 기업이 나오기를 바라기만 한 건 아닌지 반성이 뒤따라야할 것이다.
[우보세]우리가 지나쳤던 한국의 테슬라들

김명룡
김명룡 dragong@mt.co.kr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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