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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담뱃세와 증세없는 복지 트라우마

우리가 보는 세상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입력 : 2017.06.0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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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담뱃세 얘기만 나오면 곤혹스러워 한다. 담뱃세는 가격 요소를 건드린 금연 정책의 일환이었다. 가격을 높여 소비를 줄이는, 고전적 수요 조절 수단이다.

그런데 담뱃값 인상이 '얍삽한' 세수 증대 수단이라는 비난에 직면하면 정부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세수 증대가 기재부로서는 싫지 않겠지만 순수 증세 차원이었다면 최악의 선택지였을 것이다. 이렇게 강렬한 조세저항을 무릅쓰고 증세를 단행할 공무원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정권을 잘못 만난 탓이 컸다. 지난 정권이 '증세 없는 복지'를 추구한 게 흡연자들의 화를 돋군 측면이 있다.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꿔 환급을 덜 받게 만들 때 많은 사람들은 '속았다'고 했다. 정부가 사실상의 증세를 인정하지 않자 정부 신뢰는 또 한 번 금이 갔다. 담뱃세를 '허구적 증세 없는 복지'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 담뱃세는 인상 전 세수 7조원보다 6조원이 더 걷혀 13조원에 이른다.

담뱃세로 인한 세수 증대를 비난할 때는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가리지 않는다. 증세에 솔직하지 못했던 지난 정권에 대한 원망이 한 데 뭉친 결과다.

사실 효과로 치면 담뱃세 인상만한 금연 정책이 없다. 영국 이노코노미스트지는 담뱃세 인상이 금연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한 예로 필리핀은 전체 담배 브랜드의 3분의 2에 대한 담뱃세를 종전보다 4배 올렸다. 그 영향으로 담뱃값이 50% 인상되자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성인 흡연율은 30%에서 25%로 떨어졌다.

금연운동협의회 같은 비흡연자 모임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서울에서는 과태료가 10만원이지만 호주에서는 최대 183만원이라며 한국이 터무니없이 낮다고까지 주장했다. 이 단체는 담뱃세 인상 효과가 작지 않다고도 말했다. 2014년 11.9%였던 남자 중·고교생들의 흡연율이 2016년에는 9.6%로 2.3%포인트 이상 줄고 여자 중·고교생 흡연율도 같은 기간 4.0%에서 2.7%로 줄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금연정책은 가격 요소(담뱃세 인상)에서 캠페인 같은 비가격 요소로 넘어갔다. 40년 흡연자의 눈물겨운 회한이 방송 광고로 나오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은 담뱃세 논란에서 한 숨 돌릴 여지가 커진 셈이다.

그러나 효과가 제한적이라면 가격 요소를 다시 고려해야 하는 결단력을 언제든 가슴에 품어야 한다. 국민 보건을 위한 정책의 진실성만 있다면 시간이 걸려도 국민에게 설명하고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공공 일자리 확충을 위한 10조원 추경도 난항이 예상되는 판이다. 어떤 형태로든, 어느 계층을 목표로 하든 증세는 피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어쩌면 지난 정권의 '증세 없는 복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도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한 번 꺼낸 금연 '칼자루'를 돌이킬 수는 없다. 결국 얼마나 솔직하고 진정성이 있느냐가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다.

[우보세]담뱃세와 증세없는 복지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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