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인터넷은행은 "규제 풀어야"…P2P산업은 "글쎄"

8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 산업혁명 시사점 및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 및 P2P산업과 관련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 교수, 이석근 서강대 교수, 최경규 동국대 교수, 마르코 산토리 국제통화기금 핀테크 담당 변호사, 김대호 서울시 투자유치과장, 김학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사진제공=정재호 의원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핀테크 산업으로 주목받는 인터넷전문은행과 P2P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평가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P2P금융은 여전히 규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8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 산업혁명 시사점 및 정책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학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개인들의 다양한 신용을 제대로 평가해 이에 맞는 온라인 대출을 실시하는게 P2P금융인데 우리나라 P2P는 이런 신용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 때문에 "다루는 상품들이 P2P금융이라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신용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법제정이 더 필요하다"며 "가이드라인을 먼저 내놓은 것은 산업 육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투자한도 제한은 손쉬운 투자자보호 수단이지만 P2P산업의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P2P대출 가이드라인은 P2P업체당 개인 투자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선대출 금지, 제3자 예치금 관리 시스템 도입 등 규제기준을 담았다. P2P업계는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P2P산업이 지속성을 잃고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은 "2~3개월 정도 지나면 성장세 위축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2P 관련 법안은 현재 민병두 의원실이 준비 중이지만 규제 부분과 관련해 금융위와의 조율 과정이 길어지면서 아직 입법 발의에 나서지 못한 상태다. 업계는 제도화된 진입 기준을 마련해 투자자들의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조속한 법제화를 원하는 입장이다. 고 교수는 "빠른 시일에 관련 법률을 제정해 여러 법적 문제에 있는 P2P대출 산업을 육성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기존처럼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학수 국장은 "지난해 은행들 전체가 개설한 비대면 계좌수는 15만좌인데 케이뱅크는 등장 1주일만에 이를 넘어섰다"며 "인터넷은행이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도록 좀 더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석근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은산분리 완화 불허가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재벌사금고화 등 우려에 대한 보완책을 넣어 은산분리의 득(得)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은산분리 외에도 개인정보보호법, 네거티브 규제방식 도입, 규제 프리존 설치 등 다른 부분에서도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 연구기관도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새 정부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법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정수준 이상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위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은산분리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P2P금융업의 경우 아직까지 핀테크 산업보다는 대부업의 일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활성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여전하다. 이날 토론회에 축사로 나선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P2P대출을 대부업으로 바라보는 한 업계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우리나라의 갈라파고스화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었던 산업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