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육 권한 교육청 이양"…교육부 축소 논의 스타트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 정권에서 누리과정 문제 등으로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정부와 교육감들이 교육부 권한 축소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국가교육회의를구성, 초·중·고교 교육 권한을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이양하는 방안이 대두됐다.


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단은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박춘란 교육부 차관 외에도 이재정(경기)·민병희(강원)·김석준(부산)·최교진(세종)·장휘국(광주) 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국정자문위와 교육감들이 공통적으로 주요 과제로 꼽은 것은 교육부 권한 축소와 이를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혹은 국가교육회의 설치다. 초중등교육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완전히 직선제 교육감들에게 이양해 교육자치를 실현하고 통제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교육부가 지나치게 초등교육에 간섭해 왔다"며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고 교육부의 초등교육 권한을 이양해 교육경쟁이 일어나도록 하는 게 좋은 방향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개헌이 필요한 문제이므로 우선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국가 교육회의'를 만들고 이를 통해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규제 권한을 가급적 교육청으로 이행하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정 교육감은 "교육 자율성과 전문성을 담는 실질적 교육 자치를 제도적으로 현장에서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교육감 업무의 92%가 국가 위임사무"라고 지적했다.

교육감들은 또 △대학입시제도 개선 △교육자치 강화 △교육재정 안정적 확보 △고교체제 개편 △교육부문 일자리 확대 등 5가지 교육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제도 개편은 수능 절대평가화가 핵심이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장휘국 교육감은 "교육감들은 대부분 수능 절대평가, 자격고사화에 찬성하지만 현장에서는 변화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이러한 상황을 국정기획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고교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폐지에 대한 주제가 오갔다. 이재정 교육감은 모두발언을 통해 "설립 취지에 반해 운영되는 자사고와 외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2019학년도부터 (새로운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교육감들은 내국세 중 교부금 교부율을 인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교육감은 "교부율을 현행 20.27%에서 25.27%까지 대폭 늘리는 등 과감한 교육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폐지, 교원 확대 등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간담회를 마친 유은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은 이달 말에 진행되는 일제고사도 강행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폐지 가능성을 암시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달 말 예정인 국정과제가 확정되면 사안별로 공개키로 했다. 이에 앞서 각 분과별로 국정과제 목록을 취합·조정하고, 국민 참여기구인 '국민 인수위'에서 나온 정책제안도 타당성을 살핀다. 오는 13일부터 '제2차 국정과제 검토회의'를 열고 각 분과에서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 초안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