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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셀프 청문회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대표 |입력 : 2017.06.12 03:05|조회 : 8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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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석과 윤동주를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 하지만 두 시인의 시 중에서도 특히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와 윤동주의 ‘서시’가 가슴에 와 닿았었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로 이어지는 ‘흰 바람벽이 있어’의 마지막 구절과 조금은 비장하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되는 '서시'를 줄곧 외며 다녔다.

그 시절에는 시인의 다짐처럼 평생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런 다짐과 자신감은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게 얼마나 어렵고,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를 알게 됐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시민운동가든, 고위 공직자든, 야심차게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가든, 아니면 창조적 활동을 하는 예술가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는 무관하게 속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매혹적인 삶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살아보면 볼수록 인생은 특별하지 않았다. 모두 다 거기서 거기였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듯 인간은 신의 아들이 아니라 짐승의 후손이다”는 지적에 공감이 갔다.

우리나라 시민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와 여성으로 비 외무고시 출신인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그들의 삶 역시 겉으로 드러난 것과 무관하게 매혹적이지도, 특별하지도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럼 우리 스스로는 어떨까. ‘셀프 청문회’를 한번 해보자.

우선 나부터 해 봤다. 제일 먼저 걸리는 게 다운계약서였다. 25년 전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아 얼마 뒤 팔고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우선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으니 명백하게 탈세를 한 것이다. 결혼 초기 한동안 직장생활을 했던 아내한테도 의심가는 대목이 있다. 아무래도 소득세 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아이한테도 몇 가지 의혹이 불거졌다. 조기유학을 보냈고 이후 방학 때면 국내에 들어와 인턴을 몇 번 했는데 뭔가 찜찜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내나 아이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지금까지 쓴 칼럼만 수백 편이 되는데 이걸 누군가 샅샅이 검증한다면 학위 논문 표절 정도가 아니라 희대의 칼럼 표절자로 낙인찍힐 게 분명하다. 표절 여부를 검색하는 프로그램까지 개발돼 야당의원들이 애용하던데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더욱이 경제기자로서 그동안 기업의 입장을 숱하게 대변해 왔으니 ‘재벌 앞잡이’라는 공격받을 게 분명하다.

여기에다 하나 더 있다. 고백컨대 거의 매일 법 위반을 하고 있다. 바로 김영란법이다. 직업상 점심 저녁으로 매일 식사 약속이 있고, 주말이면 빠지지 않고 골프를 치는 편인데 김영란법을 제대로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처음 몇 달은 꼼꼼히 지켰는데 이제는 솔직히 포기상태다. 행여 누군가 나의 뒤를 1주일만 밟는다면.

김상조와 강경화의 자리에 내가 서 있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범부여서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는 게 너무도 고맙다. 그런데 장관은 누가 하고 공직은 누가 맡나. 청문회 통과율 100%라는 국회의원 출신이나 평생 공무원으로만 살아 청문회 준비가 몸에 밴 관료 출신들로만 채우면 될까. 그게 조금 걱정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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