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돈"…강남에 부는 '신탁 재건축' 바람

서울시 강남4구 지역주민들이 사업 가속화와 비리 근절을 위해 신탁방식 재건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2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강남에서 신탁방식 재건축 시행자로 예비 선정되거나 관련 MOU(업무협약)를 맺은 단지는 서초구 방배 7구역, 방배 삼호, 강동구 삼익그린맨션 2차 등 3곳이 있다.
　
이 가운데 한국자산신탁(한자신)이 지난해 12월 방배 7구역, 6월 삼익그린맨션2차 등 2곳 사업장에 진출했다. 한국토지신탁(한토신)도 이달 방배 삼호 재건축사업에 나섰다.
　
한자신이 컴백한 삼익그린맨션2차는 2400가구 규모의 전국 최대 신탁 재건축 추진 단지다. 해당 단지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는 지난 2월 주민 수십 명의 동의를 기반으로 한자신과 MOU를 맺었다가 주민 의견 수렴을 강화하라는 강동구청의 행정지도를 계기로 이를 파기했다.
　
하지만 한자신은 이번에 찬성표를 대거 확보하면서 수주에 힘을 받았다. 최근 설명회에 참석한 토지등소유자 1284명(전체 토지등소유자의 51%) 중 1011명이 한자신 선정에 몰표를 던졌다. 한자신은 이달 MOU를 체결한다는 목표다.
　
한토신도 최근 강남시장에서 첫발을 뗐다. 800여가구 규모인 방배 삼호단지 입주자 대표들이 개최한 회의에서 신탁방식 재건축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주민 협의를 거쳐 이달에 MOU를 맺는다는 포부다.
　
해당 단지들은 사업이 걸음마 단계여서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회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신탁 재건축의 빠르고 투명한 사업에 대한 기대가 호응을 이끌었다.
　
신탁 재건축은 근거법인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추진위원회와 조합 설립인가 절차를 생략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게 가능하다. 신탁사가 사업을 맡으면 조합원간 분쟁에 따른 사업 좌초를 예방하고 재건축 비리를 근절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이 역시 사업의 속도를 올릴 열쇠로 거론된다.
　
부동산시장 및 정비업계에선 재건축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사업의 속도라고 입을 모은다.
　
신탁 재건축에 따른 수수료 발생 부담은 토지 등 소유자가 감안해야 할 부분으로 거론된다. 지방자치단체 일각에선 신탁방식 재건축의 제도 보완의 필요성도 주문한다. 법적으로 신탁방식은 조합방식과 비교해 주민 의사 결정 및 견제장치 등 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서다.
　
강남지역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신탁방식은 투명하고 빠른 사업진행이 기대되지만 의사결정 방법과 관련한 근거조항 미비로 추진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탁방식에 보다 힘이 실리려면 법에서 의사결정 구조를 명문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탁업체들이 주민 대표기구의 설립 등을 통해 명확한 의사결정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