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마크롱… 총선 압승으로 EU·노동 개혁 드라이브

머니투데이

신혜리 기자

'Donnez une majorite au president (대통령에게 다수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39)의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가 총선을 겨냥해 내건 슬로건이 현실화되면서 그가 공언한 개혁과제들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의 중도신당은 11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결과 프랑스 하원 577석 중 77%에 가까운 최대 445석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CNN은 이번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결과를 보도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을 유럽이 원하는 '39살의 스트롱맨'으로 비유했다. 최연소 대통령으로 각광받은 그가 이번 선거를 통해 각종 국내외 개혁 과제들을 이뤄낼 힘있는 지도자로서 면모를 세계에 각인 시키고 있는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높은 실업률, 막대한 공공 지출, 저성장을 해결하기 위해 향후 5년간 600억유로(약 74조5830억원)의 재정지출을 줄이고 500억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가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프랑스의 방만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12만개 감축하고 노동유연화를 꾀할 것이라 했다. 기업과 가계의 세부담을 200억유로 가량 덜고 현재 33%인 법인세율을 유럽연합(EU) 평균 수준인 25%로 낮출 계획이다. 실업수당 혜택을 자영업자까지 확대하는 것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또 재정긴축을 통해 지난해 GDP의 3.4%를 기록한 재정적자 비율을 연내에 EU 제한선인 3%까지 낮출 것이라고 공약했다.

FT는 이 가운데 노동개혁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안은 산업별로 진행되던 노사 단체교섭을 기업별로 나누자는 것이 골자다. 이전에는 개별기업이 산별노조를 거쳐서 노동자들과 임금 등의 조건을 협상했지만, 개별 기업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회복시키고 경제 성장 동력을 끌어 올린다는 복안이다.

프랑스 최대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은 협상력 약화로 근무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개혁안에 반발하고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적어도 오는 8월말까지 이들을 설득하겠다는 각오다. 이어 오는 9월까지 의회와 비준을 거쳐 개정 노동법을 공포한다는 계획이다.

총선 압승으로 EU 내에서의 리더십도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 전임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EU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 개혁에서 지금까지 프랑스 대통령들과는 달리 독일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반영한 듯 마크롱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상대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된 EU 개혁안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EU 우선구매법(European Act), 독-프간 군사 협력 확대, EU 공동 예산 및 재무장관 신설 등을 공약을 내걸었다. EU와의 협력을 주장해온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숙제를 안은 영국은 벼랑끝에 내몰렸다. 브렉시트 협상에서도 프랑스는 독일과 같은 편에 서서 영국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