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韓·美 금리 역전되나…촉각 곤두세운 韓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시중 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미국 연준(Fed)이 13~14일(현지시간) 열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00~1.25%로 인상했다. 이로써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는 같은 수준이 됐다.

예상된 결론이지만 통화정책을 펴는 한국은행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국내 경기를 고려할 때 미국을 따라 곧바로 금리인상 대응은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양국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과 이에 따른 시장 영향을 고민할 시점이 됐다.

이주열 총재는 이런 점을 고려해 최근 금리인상 시그널을 던졌다. 그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앞으로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뚜렷한 경기회복’이란 전제가 깔렸지만, 이 총재 취임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총재는 이튿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회동 직후 이 발언에 대해 “당장 긴축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럴 상황도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제금융시장을 주름잡는 미국이 이미 ‘긴축’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최대한 1.25% 기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 표명 정도로 해석됐다.

한은 내부적으로 최근 환율, 주식 등 시장 지표에 미국 6월 금리인상 요인은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그 자체보다는 추가 금리인상, 연준 보유자산 축소 시점에 주목한다.

특히 연준이 보유 중인 4조5000억달러 규모 보유자산 축소는 본격적인 ‘돈 줄 죄기’를 의미한다. 금리인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 총재도 최근 금리인상보다 연준 자산축소에 따른 시장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내 1회 이상 금리인상을 하겠다거나 보유자산 축소를 서두르겠다는 내용이 알려지면 금융시장 충격은 예상 외로 클 수 있다.

옐런 의장이 밝힌 연준 정책 방향과 이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라 한은의 대응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큰 충격이 없다면 지금처럼 통화안정증권 발행,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등 단기 시장안정화 조치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금융불안이 커질 경우 금리조정을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규모 자본유출 등 금융안정 위기 신호가 올 경우 연내 금리인상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25%로 역대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에서 1~2회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여전히 1%대 저금리다. 이 총재가 ‘완화적’이라는 표현을 유동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긴축이란 표현을 부정하면서 "옐런 의장도 여러번 금리를 올리면서도 경기를 서포트(지원)하는 수준이라고 하지 않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다만 새 정부 경제 정책과의 조화, 1360조원으로 불어난 가계부채 등 금리조정에 앞서 검토해야 할 문제들이 상당히 많다. 따라서 한은이 어느 때보다 신중한 형태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 부동산 시장, 가계부채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금리인상 시점과 조정 폭은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8시 김민호 부총재보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간밤 국제금융시장 반응과 국내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병화 부총재는 같은 시간 정부가 주재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다. 회의 결과에 따라 정부와 한은의 대응 방향이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