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연내 금리인상 한 번 더"…시장은 "글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블룸버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4일(현지시간) 올 들어 2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연내에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인플레이션과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의 부진을 이유로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FRB는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끝에 기준금리를 1.00~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또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을 담은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연내 1차례, 내년엔 3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했다. FRB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2%로 높여 잡았지만 금리인상 전망은 그대로 뒀다.


옐런 의장은 그간 금리 인상의 장애물로 꼽힌 낮은 인플레이션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FRB가 낮은 인플레이션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수년간 (목표치인) 2%로 안정화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FRB도 회의 뒤에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의 둔화는 이동통신서비스 등 일부 영역의 부진 때문"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목표인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FRB의 금리 인상은 결국 실업률이 십 수년 만에 최저치인 4.3%로 하락하는 등 고용지표가 충분히 굳건해진 가운데 저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미약한 인플레이션 탓에 FRB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FRB는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정책 목표로 한다. 고용지표가 아무리 완전고용을 가리켜도 저인플레이션이 지속 되면 금리 인상의 명분이 약해진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5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대비 1.7% 올라 전망치인 1.9%에 못 미쳤다. 이로써 지수는 올 들어 4개월 연속 하락하며 2015년 5월 이래 최저치로 밀렸다. 고용시장이 호황인데 인플레이션이 미약한 건 임금 증가세가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임금이 정체돼 소비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이다.

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이날 FRB의 금리인상과 추가 인상 전망보다 부진한 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8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채권 금리의 하락은 채권 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수요가 많았다는 말이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고정수익을 제공하는 채권에 수요가 몰렸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낮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서 본 FRB의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전날 50%에서 이날 35%로 떨어졌다.

크리슈나 메나미 오펜하이머펀드 CIO(최고투자책임자)는 "FRB가 쓸데없이 매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파는 통화정책 강경파로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며 긴축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반대로 비둘기파는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를 강조한다.

메나미는 "시장이 기본적으로 FRB와 이들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며 "시장은 경제지표를 따라가고 있고 FRB도 결국 경제지표에 다시 민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브릭스 내트웨스트마켓 투자전략 부문 대표는 "지금 채권시장은 FRB가 더는 통화 긴축만 고집해선 안 된다는 걸 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드 케온 QMA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소매판매 지표 부진에도 소비심리가 좋아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1분기에 비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과연 소비가 나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경제를 바라보는 FRB와 시장의 시각 차이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