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수재의 분노, '연세대 폭발' 교수 꾸중 탓…

연세대학교 사제폭발물 사건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25)가 15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연세대학교 공학관에서 사제폭발물을 설치해 스승을 다치게 한 용의자의 범행 동기는 논문 관련 꾸중을 들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3일 사제폭발물 사고를 일으킨 연세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김모씨(25)가 평소 연구 지도과정에서 의견충돌이 있을 경우 심하게 질책하던 지도 교수에 반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5월 말 자신이 작성한 논문에 대해 김모 교수가 크게 꾸중을 하자 범행을 준비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연구실 관련 업무로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러나 연구실 동료들은 김씨의 범행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김 교수가 특별히 김씨만 심하게 꾸중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김모 교수(47)는 "교육적 의도로 대화한 것"이라며 "교육자적인 입장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문으로 떠돌던) 취업, 학점, 병역 문제는 이 범행과 관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학기에 수업은 수강하지 않고 연구실에서만 일하고 있었다. 평소 인간관계는 원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수도권 한 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2009년 연세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범죄사실이 드러날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평소에 연구실 주변 CC(폐쇄회로)TV 위치를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도구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피의자 스마트폰, 노트북 등 디지털포렌식(사용내역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강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범행은 러시아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올 4월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지하철 폭탄테러를 모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달 20일쯤 인터넷 검색으로 이 사건을 접하고 약 3주에 걸쳐 폭발물 제조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를 접했다고 밝힌 시점에 실제 김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렀다. 그는 지난달 13~22일 열흘간 전공 관련 단기연수 목적으로 같은 연구실 학생 2명과 함께 러시아에 체류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폭탄은 이달 10일쯤 완성됐다. 공학도인 김씨는 따로 인터넷은 참고하지 않고 직접 하숙집에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하숙집에서 자신이 만든 폭탄물이 점화가 되는지 등을 실험했다.

결국 김씨는 13일 오전 8시30분쯤 연세대 제1공학관 기계공학과 김 교수 연구실 앞에 사제폭발물을 놓아둬 폭발사고를 일으켰다.

김씨는 김 교수 연구실 출입문 앞에 가로 10㎝, 세로 20㎝ 정도 크기의 직육면체 상자가 든 종이가방을 놔뒀다.

상자 안에는 김씨가 제조한 텀블러 사제폭발물을 넣었다. 텀블러는 건전지를 이용한 기폭장치와 연결됐고, 그 안에는 아래쪽이 뭉툭한 나사(볼트) 수십 개와 화약이 들어있었다. 상자를 여는 순간 폭발을 일으켜 작은 나사들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것이다.

김 교수는 상자를 열었고 손과 목 등에 전치 2주 정도의 화상을 입었다.

13일 오후 8시23분 경찰은 김씨를 긴급체포해 다음날 새벽 0시54분까지 1차 조사를 실시했다. 약 9시간 후인 14일 오전 9시53분부터 2차 조사를 진행한 뒤 같은 날 오후 10시30분 폭발물사용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5일 오전 10시30분부터는 서울서부지법에서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