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는 통화긴축 공세…BOJ는 '남몰래 테이퍼링'?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AFPBBNews=뉴스1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긴축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에서도 긴축 움직임이 포착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BOJ의 국채 매입 규모가 지난달에 2014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며 BOJ가 남몰래 '테이퍼링'에 나섰는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BOJ는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 국채를 비롯한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를 하고 있다. 테이퍼링은 양적 완화, 즉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에 따르면 BOJ가 지난달에 매입한 일본 국채(만기분 제외)는 7조8900억 엔(약 80조9200억 원)으로 2014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WSJ는 BOJ가 남몰래 통화완화정책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BOJ는 2014년 10월 양적 완화 규모를 연간 60조~7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늘렸다. 목표치는 지금도 같지만 최근 추세면 BOJ의 올해 자산 매입 규모가 55조 엔에 불과할 것이라고 JP모간은 분석했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 추이(단위: %)/그래프=블룸버그

BOJ의 행보는 기존 통화정책 기조와도 모순된다. BOJ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로 유도한다는 방침인데 10년 만기 일본 국채는 4월 이후 금리 오름세가 두드러져 이날 현재 0.06%까지 올랐다. 이를 0%로 유도하려면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일 게 아니라 늘려야 한다.

시라이시 히로시 BNP파리바 일본 도쿄 주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기술적인 테이퍼링'을 실시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현 단계에서 우리는 출구로 나가려는 게 아니다"라며 양적 완화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WSJ는 일본 경제의 미약한 회복세를 감안하면 BOJ가 통화 긴축을 조심스러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다. 2013년 FRB의 테이퍼링 예고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이른바 '긴축발작'의 재발 가능성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BOJ가 16일에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연간 80조엔 규모의 양적 완화 방침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BOJ가 국채 매입과 관련해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매입할 국채 물량이 달린다는 것이다.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BOJ가 이미 보유한 일본 국채가 전체 물량의 43%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BOJ가 살 수 있는 국채 물량이 곧 바닥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지 오래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BOJ의 '기술적 테이퍼링'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본다. 엔화 강세와 국제유가 하락세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FRB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00~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 들어 2번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번째 금리인상이다. FRB는 연내에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고 예고했다.

또 올해 안에 양적 완화로 늘린 자산 규모를 축소하는 '양적 긴축'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