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언제쯤 금리를 올릴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7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제공=뉴스1

미국이 3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려 1.00~1.25%가 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1.25%)와 상단이 동일하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한은이 금리동결을 지속하고, 미국이 9월이나 12월경 금리를 올리면 양국 금리 수준은 2007년 8월 이후 10년 만에 역전된다.

이에 따라 한은 통화정책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관건은 1.25% 기준금리를 언제 움직일지다.

15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JP모건은 9월, 골드막삭스와 모건스탠리는 12월 FRB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이대로라면 연말 미국 정책금리는 1.25~1.50%가 된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해부터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기계적으로 기준금리를 따라서 올리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양국 기준금리가 역전되더라도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상태면 곧바로 금리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기류에 변화가 감지됐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앞으로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뚜렷한 경기회복’이란 전제가 깔렸지만, 이 총재 취임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 받았다.

이 총재는 이튿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회동 직후 “당장 긴축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며 그럴 상황도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제금융시장을 주름잡는 미국의 본격적인 긴축 국면에 앞서 정책기조 변화를 시사했다는 해석이 많다.

다만 시장은 한은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에 아직은 회의적이다. 올해 1분기 성장세가 지표상 회복됐지만 내수소비가 여전히 침체된 상태인 데다, 금리인상이 새 정부 일자리 추경 등 경기부양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어서다. 미국 긴축 스케줄이 예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깔려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제공=뉴스1

다수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연내 동결기조를 이어간 뒤, 내년 1분기 이후 금리인상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아직 금리인상을 할 정도의 회복세는 아니라고 본다”며 “새 정부 일자리 추경 등 경제정책 효과, 가계부채 이자부담 해결을 위한 미시적 대책을 확인한 뒤 한은이 내년 1분기 전후 금리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해 남은 한은 통화정책회의 횟수는 7월, 8월, 10월, 11월 네 차례다. 미국 추가 금리인상이 9월에 단행될 경우 10월, 11월 금통위 회의에서 통화정책 논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12월 금리인상시 임시 금통위를 열지 않는 이상 기준금리 조정 논의는 해를 넘겨야 한다.

소수의견이나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FRB가 연내 추가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축소 정책을 병행할 경우, 신흥국 자본유출 위험이 커져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을 앞지르면 한은이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연준의 금리정상화 속도, 추경 등 정부 경제정책 조합을 고려해 하반기에 금리인상을 검토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

한은은 금리 조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기준금리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수익률을 결정하는 시장금리”라며 “자본유출 우려가 이전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돈이 빠져나간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미국 기준금리 인상 자체만으로는 금융시장에 충격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미국 금리는 물론 국내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이라는 점도 정책운용에 큰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