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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1987년과 2017년의 공감(共感)

오동희의 思見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장 |입력 : 2017.06.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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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7월 말, 입대를 앞둔 휴학생 친구가 있었다. 그 해 6월 18일, '최루탄 추방의 날' 그는 친구들을 따라 시위에 나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꼭 30년 전의 일이다.

'군부정권의 호헌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다가 소위 백골단(흰색 헬맷에 청자킷과 청바지를 입은 경찰 체포조 무리를 속되게 이르던 말)의 토끼몰이에 도망갈 곳도 없는 가정집 지하실에서 10여명의 학생들과 숨었다가 잡혔다.

밖으로 나오라는 경찰의 명령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안 때리면 나가겠다"는 순진한 '협상 아닌 협상(?)'을 시도했다가 꽉 막힌 지하실 안으로 던져진 사과탄(사과모양의 최루탄)에 눈물, 콧물 쏟아내며 기어 나와 닭장차(경찰차)에서 구타를 견뎌야 했단다. 시위대 체포조인 백골단은 그때, 그와 그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는 그 후 입대했고, 입대 후 3개월 만에 학생들의 반대편에 섰다. 의무경찰로 입대한 그의 건너 쪽에는 화염병을 든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3개월 전 공포의 대상이었던 백골단은 전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상황에서 자신에게 화염병을 던지는 학생들과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가 그에게는 오히려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는 그대로인데 3개월 사이에 공포의 대상이 바뀌어 있었다며, 그때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최루탄을 쏘고, 화염병을 던졌는지, 왜 갈등하고, 서로를 향해 공격적이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건너 쪽에 서 있는 사람이 '틀린 사람'이 아닌 '생각이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존재의 동일성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어느 시점에, 어느 자리에 서 있느냐에 따라 공포의 대상이 달라지고, 공감(共感)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가 '자본주의'를 말하기에 앞서 이야기한 것도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같은 기쁨과 아픔을 느끼는 공감이었다.

아담 스미스는 자신의 묘비명으로 "도덕감정론의 저자, 여기 잠들다"라고 정해놓을 정도로 국부론보다는 도덕감정론이라는 저서에 더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그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말하는 핵심가치가 타인에 대한 공감이다. 우리가 공감해야 할 핵심가치는 인간다운 삶이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의 첫머리에서 어떤 행위가 적정하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적정성'에서 동감을 얘기한다.

자신의 행동이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규준으로 자기의 행동이 타인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또 자기의 행동을 타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자기 행동을 인정할 수 있느냐가 사회적인 행위의 올바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말한다.

1987년 이후 30년이 지났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1987년의 체제를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벌어진 '양산 아파트 밧줄 절단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안타까움을 전해주고 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 사라진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 모두는 밧줄에 매달려 있는 신세다. 그 아래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면 그랬을까. 공감이 사라진 사회로 가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내가 부자집 아들이거나 내가 가난한 노숙자이거나 그 어느 쪽이든 상대방을 이해해줄 수 있는 공감의 시대가 와야 한다.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다를 뿐, 나의 존재는 그대로라는 게 아담 스미스가 말하는 도덕감정론의 핵심이다.

30년 전 그 휴학생처럼, 건너 쪽의 사람이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자신이거나, 최소한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동반자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공감하는 것이 인간다움이다.
오동희 산업1부장
오동희 산업1부장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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