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고 갑부 '리카싱' 내년 은퇴…장남에 경영권 승계

머니투데이

신혜리 기자

아시아의 최대 갑부인 리카싱(88) CK 허치슨홀딩스 회장이 내년 은퇴한다. 후임은 리카싱의 장남이자 현재 CK 허치슨홀딩스 부회장인 빅터 리(52)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오는 7월 89세가 되는 리카싱은 내년에 은퇴한다고 보도했다.

리카싱은 이미 장남과 회사 측근에게 이 같은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리카싱이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연말에 물러날 수 있다고 전했다.

뛰어난 투자감각을 지녀 ‘아시아의 워런 버핏’으로도 불리는 리카싱은 항만과 통신, 소매, 부동산 등의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면서 세계적인 거장이 됐다. 리카싱의 은퇴는 CK 허치슨 주주들에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WSJ은 우려했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은 리카싱이 은퇴 후에도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CK 허치슨 대변인은 “리카싱은 은퇴 후에도 본사 70층에 위치한 본인 사무실을 계속 유지하고 선임 고문을 맡는 등 경영에 계속 참여할 예정”이라며 말했다. 이어 “리카싱 회장은 틈틈이 자신의 은퇴를 시사하고 장남에 대한 신뢰를 피력했다”면서 “현재 회장의 건강은 좋은 상태이며 정확한 은퇴 시점 등 세부적인 사항이 나오면 공식 발표하겠다”고 덧붙었다.

리카싱의 장남인 빅터 리는 30년 이상 리카싱의 그림자 역할을 감당하며 사실상 지난 2014년 CK 허치슨홀딩스의 후계자로 지목받았다.

한편, 차남인 리처드 리(50)는 지난 1990년대 리카싱의 기업에서 독립해 미디어와 통신 관련 사업을 펼치며 성공을 거뒀다.

WSJ은 지난 2015년부터 리카싱은 은퇴를 앞두고 성공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의 두 회사의 구조를 단순화하고 합치는 등 경영 승계 후에도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길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빅터 리도 리카싱의 모든 핵심 투자 계획에 참여해 경영 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카싱의 은퇴 이후 CK 허치슨홀딩스가 계속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1년 CK 허치슨홀딩스은 당국의 규제가 까다로운 중국 내 부동산 계획을 줄이고 호주, 캐나다와 영국 등으로 투자를 늘려왔다. 그러나 중국 언론들이 이러한 리카싱의 투자 변경 계획을 비난하면서 중국에서의 리카싱의 입지는 위협을 받았다.

한 예로 리카싱이 추진했던 영국 이동통신업체 O2와 호주 전력업체가 현지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를 주도한 빅터 리의 리더십 역시 인정받지 못했다.
내년이면 90세를 맞는 리카싱의 건강 악화설도 CK 허치슨홀딩스에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리카싱의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솔리나 차우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집 주변 골프장에서 운동하고 출근을 했던 그가 이제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리카싱은 2년 전 척추 수술을 받았으며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복통의 이유로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재 리카싱은 326억 달러(약 37조5200억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그룹홀딩스의 마윈 회장의 재산이 늘어나면서 22년째 지켰던 아시아 최대 갑부 자리를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