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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 속에 있는 사람이 어디 가려 하겠소?

[웰빙에세이] 내 영혼의 문장들 -5 / ‘불타는 집’을 ‘대리석 궁전’으로 바꾸는 심안의 연금술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7.06.21 08:05|조회 : 6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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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 속에 있는 사람이 어디 가려 하겠소?



"스님께서는 현재의 이 생활에 만족하시는지요?"
"대궐 속에 있는 사람이 어디 가려 하겠소."

묻는 분은 법정이고 답하는 분은 성철이다. 성철 스님은 평생 누더기를 걸치고 산중에 거했다. 토굴에서 8년을 눕지 않고 참선하고, 외진 암자에 철망을 두르고 홀로 10년을 수행했다. 깨달음을 구하는데 얼마나 엄하고 독한지 별명이 '가야산 호랑이'였다. 불법 앞에 사정을 두지 않으니 물렁한 제자들은 오금을 펴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그런 철저함과 꿋꿋함이 흔들리지 않는 선승의 좌표가 되어 제자들을 붙들었다.

성철 스님은 출가해서 수도를 시작할 때 세 가지를 결심한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지 않으리라!' 그래서 평생 맨 것을 간 없이 먹는다. 사시사철 광목과 삼베 옷 두 벌로 지낸다. 큰 절을 피해 토굴이나 암자에서 산다. 의식주 세 가지에서 최저의 생활을 하면서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수행의 근본을 세운 것이다. 그런 분이 "지금 대궐에 사는 데 다른 어느 곳을 넘보겠냐"고 한다.

스님은 "마음의 눈을 뜨면 지상이 극락"이라고 한다. "마음의 눈만 뜨면 전체가 본래 부처이고 전체가 본래 극락세계인 줄 알게 된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아나? 아는지 모르는지 당장 확인해보자. 지금 사는 곳이 대궐인가? 대궐이면 아는 것이다. 아니면 모르는 것이다.

스님은 "우리가 본래 광명 속에 살고, 우리 자체가 이대로 광명"이라고 한다. "그런 좋은 광명을 눈감고 못 보며 헤매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고 한다. "그러니 자꾸 어둡다, 어둡다 말고 어떻게 해서든지 눈을 바로 뜨라"고 한다. 마음의 눈만 밝게 뜨면 처처에 부처이고 처처가 법당일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나는 눈을 떴나? 떴는지 감았는지 당장 확인해보자. 지금 사는 곳이 대궐인가? 대궐이면 눈을 뜬 것이다. 아니면 눈을 감은 것이다. 무지의 어둠 속을 헤매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같은 말씀을 훨씬 더 시적으로 건넨다. 수류화개(水流花開)! 물 흐르고 꽃 피어난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그러한가? 흐르는 물처럼 맑고 피어나는 꽃처럼 향기로운가? 그렇다면 나는 눈을 뜨고 아름다운 대리석 궁전에 사는 것이다. 아니면 눈을 감은 채 시궁창에 처박혀 뒹구는 것이다. 어딘가 집착하고 안주해서 웅덩이에 고인 물처럼 썩고 있는 것이다. 궁전에서 노닐지 시궁창에 쳐박힐지, 그건 전적으로 내 마음의 달렸다. 내 마음의 눈을 뜨는 데 달렸다.

붓다는 중생이 사는 우주를 '불타는 집'이라 했다. 그곳의 삶을 '고통의 바다'라 했다. 그런데 두 스님은 대궐이고 극락이라고 한다. 이게 무슨 조화냐? 불타는 집이 어떻게 대궐이 되고 극락이 됐는가? 그게 바로 마음의 눈을 뜨는 '心眼의 연금술'이리라. 내가 이 험한 세상을 헤치면서 부릴 있는 최고의 마술도 바로 그것이리라. 내가 이 누추한 집에 뒹굴면서 뒤집을 수 있는 '인생 역전'의 드라마도 바로 그것이리라. 지금 당장 눈을 크게 뜨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대궐임을 깨닫는 것!
대궐 속에 있는 사람이 어디 가려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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