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통제수단' 전락한 선택약정할인제…업계 법적대응 불사

새 정부 통신비 경감 대책 중 하나로 이동통신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 방안을 강행할 조짐이다. 소비자가 단말기를 살 때 지원금을 받는 대신 매달 통신요금에서 깎아주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 법 개정 없이 당장 미래부 재량으로 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본래의 제도 취지에서 벗어나 정부의 인위적 통신비 인하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과 관련 고시 조항의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통신 업계는 이 방안이 통신비 경감 대책으로 채택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강력한 통신비 통제수단된 '선택약정할인제’=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는 22일 최종 통신비 경감 대책을 발표한다. 최대 쟁점이던 기본료 폐지 공약 이행이 단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선택약정할인율 조정·보편적 요금제 출시·공공 와이파이 확대·알뜰폰 활성화 방안 등 여러 대안들을 패키지로 묶은 종합 대책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가 선택약정할인율 조정안이다. 선택약정할인제란 이동통신 가입자가 휴대폰을 살 때 받는 공시 지원금 대신 약정기간 동안 이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단말기유통구조법(이하 단통법) 시행과 함께 2014년 10월 도입됐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선택약정할인 요금제 가입자 수는 지난 2월 150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할인율 조정 카드가 단말기별 이용자 차별을 막겠다는 당초 제도 취지와 다르게 정부의 인위적 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정권에서 2015년 미래부가 시행 처음 12%였던 할인율을 6개월 만에 20%로 올릴 당시에도 동일한 논란이 벌어졌다. 단통법 효과가 없다는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정부가 임의대로 할인율을 조정했던 것. 당장 통신비 인하 효과는 컸지만 시장에서 또다른 역차별도 생겼다.

가령, 현재 소비자가 11만원 요금제를 기준으로 단말기 지원금 대신 선택약정에 가입하면 2년간 총 52만8000원을 할인받는다. 하지만 지원금을 선택할 경우 많이 받아야 33만원이 고작이다. 출시 15개월이 지나지 않는 최신폰의 경우 지원금 법적 상한액이 33만원으로 묶여있기 때문. 오히려 지원금을 받는 이용자가 선택약정 가입자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방통위 내부에서도 “실정법은 단말기 지원금이 상수고, 요금할인액은 그것에 상응하는 변수로 보면 변수가 상수를 바꾸는 역주행이 벌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만약 여기서 할인율을 다시 25%로 확대되면 요금 할인 혜택은 최대 66만원으로 늘어 지원금과의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업계 "미래부 고무줄 권한 안된다"=미래부 장관 재량으로 할인율을 조정하는 것 역시 단통법상 위임 범위를 벗어나는 조치라고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단통법에는 미래부 장관에게 지원금에 상응하는 혜택 제공의 ‘기준’을 정하도록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고시는 미래부 장관이 기준 뿐 아니라 5% 가감 규정을 통해 구체적인 할인율까지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이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객관적 기준에 따라 혜택 수준이 결정되지 않고 미래부 장관 재량으로 혜택 수준을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단통법이 정한 위임 범위를 벗어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는 만약 할인율 조정방안이 통신비 대책에 포함될 경우 단통번 위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제의 원래 취지와 달리, 이 조항 자체가 인위적 가계통신비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민간기업 경영에 치명적 영향을 주면서도 할인율 조정 기준조차 명확치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