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40달러 위협… 역발상 투자자 '기웃'

"요즘 유가가 많이 떨어져서 바닥으로 보이는데 원유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면 어떨까요?"(투자자 A씨) "원유 관련 펀드를 40달러에 매수하고 50~55달러에 매도하는 전략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데 최근 다시 재매수를 시작했다."(투자자 B씨)

국제유가가 40달러 초반 수준으로 내려온 가운데 원유 관련 자산에 투자하려는 '역발상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2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8센트(2.3%) 하락한 42.53달러로 거래됐다. 지난해 8월10일 이후 최저가로 올해 고점대비 21.89% 떨어졌다.

원유 ETF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손쉽게 거래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0년 TIGER 원유선물Enhanced(H) (4,745원 ▼40 -0.84%) ETF를 상장한데 이어 지난해 삼성자산운용이 KODEX WTI원유선물(H) (15,930원 ▼155 -0.96%) ETF를 출시했다. 이들 ETF의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달 각각 68만2000주, 4만5000주에서 이달 들어 104만5000주, 6만2000주로 늘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의 연간 수익률은 19.57%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률인 45%에 비해서는 절반 이하의 수익률을 낸 셈인데 이는 원유 ETF가 선물에 투자해 매월 롤오버(선물 만기연장) 비용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만기가 있는 선물에 투자하게 되면 차월물로 재투자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비용 또는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는 원월물을 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보는 근월물 가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밖에 현·선물 가격차, 롤오버 비용 등이 수익률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원유 선물보다는 원유 기업 등에 투자하는 상품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 (7,055원 ▲50 +0.71%) ETF는 지난해 35.17%의 수익을 냈다.

미국 셰일가스와 원유 관련 송유관, 저장시설을 운영하는 MLP(마스터합자조합, Master Limited Partnership)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유가 상승시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 펀드와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 펀드는 각각 24.75%와 22.9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가급락으로 외면받았던 파생결합증권(DLS) 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원유가격이 특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5~8% 수준의 수익을 주는 구조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WTI나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발행금액은 지난해 3981억원에 그쳤지만 올 들어 4824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발행규모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을 지지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수요의 반등 가능성, 견조한 중국 원유 수요, 40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 셰일오일 생산단가 등은 유가의 추가 급락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