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히 움직인 3년… 시총 4조 '작은 SK' 오너로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SK케미칼 (42,850원 ▲200 +0.47%)이 최창원 부회장 중심의 이른바 '작은 SK그룹'을 리드하는 지주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2014년 말에 시작됐다.

최 부회장이 그해 11월 돌연 SK가스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SK케미칼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지배구조 정리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결국 최 부회장은 3년간 SK케미칼의 지배력을 차분히 쌓아 2년 7개월 만에 사실상 지주사 형태를 갖춘 SK케미칼-가스-건설그룹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3년 전 엇갈린 SK가스와 SK케미칼 희비= 최 부회장은 2014년 11월 태영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SK케미칼 주식 62만3000주(2.9%)를 블록딜로 인수했다. 이 거래는 규모로는 4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시장에는 큰 시그널을 줬다. SK그룹 내에서 SK케미칼과 SK가스, SK건설 등을 독립 경영형태로 이끌던 최 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이동해 지배구조에 변화를 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부회장이 보유한 SK케미칼 지분율은 10.18%에서 13.17%로 확대됐고 대신 SK가스 지분(6.1%, 53만3280주)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최 부회장은 SK가스 지분을 팔아 마련한 재원 400억원으로 SK케미칼 지분을 늘리고 나머지 300억원은 그동안 쌓였던 주식담보 부채를 다소 해소하는데 사용했다.

거래가 이뤄진 날 상장사 SK가스 주가는 13.5% 급락했고, SK케미칼은 8.6% 급등했다. 시장에선 이때부터 사실상 SK케미칼이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계열사 그룹의 지주사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최창원 부회장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2015년 8월 1.15%, 2016년 3월 2.63% 등 현재의 17%대 지분율까지 SK케미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지배력을 올렸다.

◇수면 위로 올라온 '작은 SK 지주사' 전환 =차분히 지배력을 강화한 최창원 부회장이 SK케미칼의 지주사 전환을 올해 시도할 것이란 예상은 연초부터 흘러나왔다. 사업 지주사격이던 SK케미칼이 총자산 대비 투자주식 비율이 50%를 넘어서면 공정거래법상 저촉돼 지주사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는 지적이 일었다. 여기에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 내에 편입돼 있지만 사실상 브랜드만 공유하는 '느슨한 형태'의 독립그룹이라는 점도 지배구조 정리를 가속화할 당위성으로 지적됐다.

지주사 분할은 화학과 제약이라는 이종사업의 결합으로 이뤄진 SK케미칼을 사업적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존속법인을 지주사로 정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SK케미칼은 이날 SK케미칼 지주회사와 SK케미칼 사업회사로 분할해 분할되는 신설사 주주가 지분율에 비례해 신주를 배정받는 단순ㆍ인적분할 방법의 회사 분리를 결정한다고 공시했다. 분할 후 기존의 분할되는 회사는 존속(SK케미칼홀딩스, 가칭)해 투자부문을 영위하는 지주사가 되는 형태다.

◇자사주 13.3% 소각·매각으로 처분=이번 지주회사 전환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자사주의 소각과 매각이다. SK케미칼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앞서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다.

SK케미칼이 보유한 자사주는 모두 2010년 이전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취득한 것으로 발행주식의 13.3% 규모다. 이중 8%(193만9120주)는 이번 이사회 의결로 소각되고, 관련 법령상 임의 소각이 제한되는 합병으로 인한 취득주식 5.3%(129만7483주)는 매각될 예정이다.

◇최태원의 SK, 최창원의 SK케미칼홀딩스=최창원 부회장은 SK 창업주이자 고 최종현 2대 회장의 형인 고 최종건 회장의 셋째아들이다. 최종건 회장의 둘째 아들인 최신원 회장은 현재 SK네트웍스 경영을 맡고 있다. 최신원, 최창원 형제는 고 최종현 창업주의 장자인 최태원 현 SK 회장과는 사촌관계다.

1964년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SK케미칼 경영기획실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쌓았다. 형인 최신원 회장과 달리 최창원 부회장은 뛰어난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SK가스와 SK케미칼 등에 지분을 취득·확보하면서 2006년부터는 사실상의 독립 오너로 평가받았다.

최태원 회장도 지난 2월 "지분 관계가 전혀 없으면서도 SK 브랜드를 사용하는 느슨한 연대 형태의 지배구조가 가능하다"며 최창원 부회장의 독립경영과 차후 계열분리 가능성을 암시했다.

최창원 부회장은 오는 12월 1일로 예정된 회사 분할과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 이제 SK케미칼홀딩스라는 지주사 아래로 SK케미칼(신설분할사)과 SK가스, SK신텍, SK건설 그리고 그 아랫단에 SK디엔디와 휴비스, SK유화 등 15개사 이상의 계열사를 보유한 작은 SK케미칼-가스 지주그룹의 오너가 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창원 부회장은 뛰어난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그룹 내에서 10년 전부터 계열분리와 독립경영이 가능한 오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사실상 10여 년 만에 상장사 시가총액만 4조원에 육박하는 그룹의 총수로 올라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