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폐지 반발 전국 확산… 28일 분수령 될 듯

오세목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장(중동고 교장)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중동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 자사고 폐지 반대 긴급 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오세목 회장은 "이번 회의를 통해 협의회 차원에서 정리할 입장은 앞서 진행된 성명 발표와 내용과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각 시도교육청 입장에 따른 지역별 자사고의 현 상황과 각 학교장의 주장 중 공통된 부분을 다시 정리해 성명내용을 완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6.23/사진=뉴스1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 정책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자사고와 외고 교장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사립학교연합회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서울교육청이 4개 자사고·외고에 대한 지정취소 여부를 발표하는 28일을 기점으로 항의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자사고연합회는 23일 중동고에서 비공개 회의를 개최했다.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일부 연수 중인 교장을 제외하면 전국 자사고 관계자가 모두 모였다"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향후 계획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국내 46개 자사고 가운데 절반인 23개가 서울에 몰려있는 점을 고려해 서울지역 교장협의회가 먼저 대응에 나선 데 이어 전국 단위의 대응이 시작된 것. 오 교장은 "외고 등과 공동대응할지 등 다양한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를 하겠다"며 조직적인 반발을 암시했다.


이미 반대는 자사고와 외고 관계자뿐만 아니라 제3자로 번지고 있다. 전국 1653개 초·중·고교를 운영하는 법인 이사장들의 모임인 한국 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가 자사고·외고 폐지 움직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자사고·외고가 사교육을 조장한다거나 평준화 체제를 흔든다는 비객관적인 이유로 폐지 계획을 공식화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전국 1610개 사립 중·고교 교장 모임인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도 성명을 내고 "일부 교육감이 자사고·외고 폐지를 추진하면서 당사자인 해당 학교 학생·학부모·교원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서울교육청이 3개 자사고와 1개 외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밝히는 28일을 기점으로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한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외고 학부모와의 연대 등은 28일 이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오세목 중동고 교장 역시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만약 1개 학교라도 재지정을 받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28일 이후에 논의해보겠다"며 확답을 미뤘다.

이번 서울교육청의 재지정 평가가 중심으로 떠오른 이유는 시교육청이 4개 고교의 지정취소뿐만 아니라 폐지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밝히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4개 고교는 큰 문제가 없다면 이번 평가에서는 폐지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정취소 유예를 결정한 2015년 당시의 평가 지표를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평가를 받는 교장들은 "지난 2년간 문제가 있었던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재지정을 확신했다.


자사고와 외고 관계자들은 이와 함께 발표할 자사고 폐지 로드맵에 주목하고 있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현재 전기와 후기로 나눠져있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신입생 선발 시기를 합친다음 2019년 이후 자사고와 외고의 법적기반인 초중등교육법 등을 수정해 일괄 폐지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실제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의 폐지 로드맵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밖에도 서울교육청은 면접전형을 없애는 방법 등을 통해 자사고의 선발권을 박탈하는 방법 등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단독]자사고, 2019년까지 못 없앤다>

이렇게 되면 올해 운영성과 평가 대상인 4개 고교는 '시한부 재지정'을 받게되는 셈이다. 이는 올해 자사고, 외고 입시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사고의 경우 정부의 재정결함지원금을 받지 않고 학생들이 부담하는 학비로만 학교를 운영하므로 신입생 모집과 교육의 질이 상당 부분 연관이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사고, 외고는 이과 선호 현상으로 인해 경쟁률이 떨어지는 과정에 있었는데 이번 폐지 파동으로 인해 더욱 큰 타격을 받았다"며 "반면 영재고, 과학고 등은 희소가치가 더욱 높아지면서 경쟁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