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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침묵과 탁현민의 버티기

[뉴스&팩트] '여성 상품화' 논란으로 연일 비판받는 탁현민 행정관은 왜 버티는가

뉴스&팩트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6.23 16:15|조회 : 5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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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연일 탁현민 선임행정관(2급)의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논란이다. 장관도, 총리도, 비서실장도 아닌 행정관의 ‘말·말·말’이 이토록 화제가 된 적이 있었던가. 이제는 모두가 아는 그의 말은 옮기기도 창피할 만큼 저질이라는 것이 세간의 공통된 의견이다.

‘남자 마음 설명서’(2007년 6월)로 여성 비하 논란 1부를 찍었던 그의 말은 최근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2007년 9월)로 논란 2부의 막을 열었다. 이 두 책의 공통점에서 발견된 탁 행정관의 모습은 권력적 남성의 ‘허세’와 ‘비하’를 온몸으로 소화하는 듯한 저질 태도다.

내용을 간추리면 “남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대상은 모델같이 잘 빠진 예쁜 여자들이 아니라, 수학 시간에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발목까지 오는 스커트를 입은 선생님들이야. 내 성적 판타지는 임신한 선생님이지.”, “남자들이 성적 욕구를 채우려고 여자를 만나는 게 목적이면 절대적으로 예쁜 게 최고의 덕목이야.” 등이다.

여자와의 관계를 오로지 ‘섹스’라는 관점에서만 투영한 ‘여성 사물화’ 작업의 끝판이라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관계가 평등적이 아니라 폭력적이고 먹다 버린 껌처럼 여성을 대상화한 점이다. 고 1년 때 중 3 여학생과 첫 성관계를 했다고 밝힌 탁 행정관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짓을 해도 별 상관없었다”며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성적 대상에 대한 자기 허세와 과시욕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대담자 한 명이 ‘임신이 걱정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 나 자신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자신을 변호했다. 또 다른 대담자가 ‘(상대방에게) 미안한 생각이 안드느냐’고 묻자, 탁 행정관은 “그땐 그냥 그런 시절이었다”고 자신을 합리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두 책을 낸 해냄출판사 측은 “당시는 지금처럼 페미니즘이 활발한 시대가 아니었고 개인의 이야기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 책들이 시장에 난무하던 때여서 이와 비슷한 류의 책들이 쏟아졌다”며 “남자들의 고정관념을 부수자는 의도로 시작된 내용이 글로 기록되면서 위험하고 과격하게 드러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일부 대중은 장관급도 아닌 행정관에게 너무 큰 채찍이라거나 사소한 일로 문재인 정부의 흠집을 부풀린다는 식으로 탁 행정관을 옹호한다. 비판론의 다수 대중은 여성 비하에 대한 태도가 곧 그의 인격이어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원칙과 어긋난다며 날 선 목소리로 대응한다.

이 문제를 보는 가장 중요한 시각의 잣대는 ‘이미지 훼손’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과 탁현민 행정관의 관계는 네팔 등정에서도 확인했듯, 아니 훨씬 이전의 노무현 정부 때부터 궤를 같이 해 온 탁 행정관의 일관된 정치적 행보에서 확인했듯, 정서적 유대감이나 정치적 연대의식이 똘똘 뭉쳐있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또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해도 정치는 이미지 전쟁이다. 그 내용의 진위를 떠나 이미지가 훼손되면 이전의 모든 업적도 철학도 뭉개지는 게 정치판의 냉정한 현실이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서민 행보로 눈높이를 낮추고 총리와 비서실장, 민정수석을 임명하는 인사에서 아낌없는 찬사를 던졌던 ‘어제의 민심’과,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싸늘한 대응을 보였던 ‘오늘의 민심’은 확연히 다를 뿐 아니라 매일 극렬하게 반응한다.

그 민감한 온도를 좌우하는 것은 이미지다. 만약 탁 행정관이 위장 전입이 문제가 되었다면, 지금처럼 활화산 같은 논쟁은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가 자유로운 영혼이고, 감각 있는 공연 기획자라는 실속의 가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과거 어느 순간의 선정적 기록이 현재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

"왜 고작 행정관 정도를 붙잡고…" 하는 논리 역시 적절치 않다. 이것은 직급의 문제가 아니라 측근의 이미지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전제하면, 그가 행정관이어도 ‘화제의 중심인물’이 될 수밖에 없고, 대통령의 이미지와 그 결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한다면, 이미지는 국민이 판단한다. 그 능력이 아까워 대통령이 곁에 두고 싶어도, 국민이 가장 민감한 부분에서의 이미지 문제를 제기하면 남은 결정은 누가 해야 할까.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훼손된 이미지를 대통령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자진 사퇴한 것은 대통령 스스로 선택한 사람을 다시 물리는 모순에 대한 보편적 구제책이자 유일한 면 세우기다.

대통령은 그 모순을 이어가지 않기 위해 묵언 중이고, 탁 행정관은 해결책으로 버티기를 택했다. 그가 버텨서 이 위기를 극복하면 자신은 살겠지만, 대통령의 이미지는 더 훼손될 뿐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노무현 정부 시절 측근들이 알아서 대통령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은 모습에서 국민은 열광했다. 깨끗하게 시작한 대통령의 이미지에 한 치의 누도 끼치지 않겠다는 의도였고, 그 의도는 믿음직하고 정의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탁 행정관은 여성 비하 제1 논란에서 이미 주사위를 던져야 했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비하 논쟁의 끝’에서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통령의 계속된 묵언이 자신을 끝까지 지켜줄 신호라고 여기는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그가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게 하는 어떤 ‘무엇’이 있는 것일까.

文대통령의 침묵과 탁현민의 버티기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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