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가 낙후됐다고? 5년후면 옛말 될 것"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영등포구청 1층에 들어서면 양손에 손하트를 만들면서 활짝 웃고 있는 입간판이 서 있다. 설현 같은 예쁜 연예인을 떠올리겠지만, 애석하게도 인상 좋은 동네 아저씨다. 입간판의 주인공은 바로 조길형 영등포구청장(60·사진). 지난 23일 인터뷰 직전 그는 청장실이 아닌 민원실에서 주민들을 직접 만났다. 주차딱지를 떼여 항의하는 사람부터 재건축 조합원 불만사항까지 직접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애로 사항을 접수하는 게 그의 주된 일과다.


이처럼 발품행정을 직접 실천하는 그는 지난 4년간 구청장으로 지내면서 총 17만km를 걸었다. 주민들을 만날 때는 양복을 입기보다 주황색 작업복을 입는다. 조 구청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면서 “영등포가 다른 구에 비해 발전이 더디다 보니 주민들 건의사항이 많다. 특히 새로 시작해야 하는 사업이 많다 보니 관련자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은 향후 5년간 중점 추진될 영등포구 도시재생사업을 말한다. 영등포구는 지난해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에 경제기반형으로 응모해 올해 2월 유일한 대상지로 선정됐다. 오는 2021년까지 최대 500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영등포역 일대는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이자 번화가였지만 산업과 도심 환경의 변화로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했다. 조 구청장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영등포구를 서울 서남부 성장을 견인하는 ‘4차산업의 혁신메카’로 운영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미래금융산업의 중심지가 될 ‘글로벌 핀테크 허브’, 문화와 경제가 조화로운 ‘창발적 문화 도심’, 토착산업의 미래를 꿈꾸는 ‘기계금속 혁신 도심’, 매력과 활력이 넘치는 ‘보행중심 도심’으로 탈바꿈 시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여의도 금융중심지를 발판 삼아 영등포 일대를 핀테크 특구로 조성하고, 문래동 공공용지엔 문화·예술·거주·창업 기능이 복합된 거점을 조성한다. 또 외국인들을 위한 의료특구도 구상하고 있다. 영중로 일대는 보행자 중심의 ‘걷기 좋은 길’로 개편된다. 야시장 등 음식문화 거리도 조성된다.
조 구청장은 “영등포 도시재생사업은 새로운 영등포의 100년을 여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5년만 지나도 낙후됐다는 소리를 듣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수지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새로운 여가 공간을 조성하는 일이야말로 주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믿는다. 양평유수지는 본래 홍수에 대비해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곳인데 여름철이면 악취와 해충으로 인근 주택가에서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생태연못과 농촌 체험용 논을 조성하고 사각정자와 등의자 등 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조 구청장은 “지금은 백로가 날아들고 비단잉어와 개구리, 우렁이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이 됐다”면서 “올해에는 도림유수지 유휴공간에 실내배드민턴장 등 생활체육 인프라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그는 발달 장애인 자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2012년부터 꿈더하기 베이커리, 카페 등 발달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잘 알려진 신길동 제과학교를 평생 학습관으로 지정해 장애인들을 교육시켰고, 최근엔 마을기업으로도 선정됐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월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영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조 청장은 "어릴적부터 봉사하는 걸 좋아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늘 현장에 있게 됐다"면서 "영등포에 자리잡고 산지가 40여 년이다. 영등포 발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