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지렛대 삼아 농축산업을 고도화해야"

/사진=김창현 기자

"평창올림픽 지렛대 삼아 농축산업을 고도화해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고부가가치 농축산물의 고급화와 상품화를 위해 평창과 강원지역에 영농자유구역, 일명 평창밸리 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센터에서 만난 강준호 서울대 교수(스포츠경영학)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통해 이같은 경제적 유산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구상하는 평창밸리는 민관학이 참여해 투자와 R&D(연구 개발)를 통해 고부가가치 농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일종의 지역특구를 정부가 만들어주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 학계 등 다양한 주체가 참 여하는 추진단 구성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강 교수는 "농축산업의 경우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까닭에 의사결정 과정이 상당히 복잡해서 의미 있는 협업을 기대하긴 더욱 어렵다"며 "평창 인근에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지역특구 모델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창밸리에서 ‘평창’ 또는 ‘강원’ 등 평창동계올림픽을 연상할 수 있는 브랜드를 통합 개발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프리미엄 상품을 상징적으로 만들어 통합 브랜드로 만들고 이를 다른 산업군으로 재차 확대하는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예를 들면 강원도산 고급 농축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만들고 거기에 통합브랜드를 붙여 제품을 유통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림픽과 같은 대형 이벤트의 경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시기인 만큼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제적 유산에 대한 제대로 된 비전과 계획이 있다면 수년에 걸쳐 진행될 수밖에 없는 과제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서울 잠실지구와 한강변의 경우 88서울올림픽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빨리 변화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올림픽이라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강 교수가 강원도의 농축산물에 주목한 이유는 간단하다. 강 교수는 “올림픽 개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13조원이 들어가는 올림픽을 통해 국가 전략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평창과 강원도에게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보면 방향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원도의 경제적 상황은 이같은 전략을 절실히 요구한다고 했다. 강원도는 인구규모나 재정자립도에서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강원의 GRDP(지역총생산)는 31조원인데, 강원도보다 GRDP가 낮은 곳은 광주(26조원)와 대전(28조원), 제주(11조원) 뿐이다.

강 교수는 서울대 안동환(농경제사회학부), 김태윤(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와 함께 작업한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제적 유산개발 전략' 보고서를 통해 △낙농업 △고급한우 △고랭지 채소 △약용 및 특용작물 △잡곡 및 밭작물 등 5가지 농축산물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경제적 유산 개발전략 대상 품목으로 소개했다.

연구팀은 낙농업의 경우 강원도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산지생태축산 활성화 사업을 주축으로 낙농업 체험, 휴양 및 관광기반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또 산지생태축산 활성화 사업은 강원도 청정지역에 소와 양 등을 방목해 사료자급률을 높이고 친환경 동물복지와 관광상품화 등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대관령 초지 자원을 활용해 산지생태축산 모델을 구축하고 친환경적 선진 낙농 체계도 확립할 수 있다”며“학계와 교육연구 지원 시설 및 산학협력기업과 연계한 프리미엄 유제품 및 낙농품 생산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우 고급화 전략과 관련해서는 표준화된 품질관리체계를 기반으로 기후변화 대응 이산화탄소 감축 기술 적용한 친환경 사육 방식 도입을 제시했다. 아울러 강원도·평창 지역의 통합브랜드를 활용해 평창올림픽을 통한 홍보를 시작으로 이후 공동 수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일례로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와 연계해 강원도·평창의 우수 한우의 생산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강원도·평창 지역의 가공 및 유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농협중앙회, 지역 축협간 협력이 가능한 ‘통합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 고급육을 생한하고 수출 산업화도 병행해야 한다”며 “일본 고베의 쇠고기 브랜드 ‘와규’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농협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한우 수출기반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강원도 해발 400m 내외의 준고랭지 지역과 600m 이상의 완전 고랭지 지역에서 무, 배추 등을 키우는 고랭지 농업을 육성하고 단순 판매하는 것 외에 이를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예를 들어 고랭지 무와 배추로 프리미엄 김치를 만들면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충분한 수요를 만들 수 있다”면서도 “물론 비싼 가격이라도 사먹을 수 있을 만큼 차별화와 고급화를 선행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강원도가 지역 농업 발전의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을 인삼·당귀 등과 같은 약용·특용 작물 생산에 적용하는 방안도 조언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고 수출과 첨단의료관광 활성화로 연계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메밀 등 잡곡과 옥수수, 감자 등 밭 작물의 경우 가공식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산업화하자거나, 강원도가 주산지인 잡곡에 대한 친환경 생산단지 조성 및 스토리텔링을 통한 경관자원화도 정부를 중심으로 민간기업과 생산자가 협력해 추진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특히 중국과 일본, 아시아 시장이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농축산물을 수출전략품목으로 키워 볼 만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강 교수는 “인구의 95%가 영토의 동남부에 살고있는 중국은 극심한 환경 오염으로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국토가 오염된 일본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배면적의 한계, 무역장벽 등을 감안하면 수출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일단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놓으면 가공식품 원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전체 식품 수출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