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설계사 나온다는데…"보험업법 개정 필요"

인공지능(AI)이 보험모집에 활용되는 경우에 대비해 보험업법상 관련 근거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25일 "최근 자본시장법규 개정을 통해 일명 '로보어드바이저'(RA)를 활용한 투자자문업·투자일임업 수행을 허용하는 규정이 신설됐다"며 "보험업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보험모집에 활용되는 경우 보험업법규상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험모집 행위에 관한 근거 규정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기존에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자문인력·투자운용인력이 아니면 투자자문이나 투자일임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RA는 후선에서 간접적인 업무 수행만 가능했다. 사람이 아닌 RA는 투자권유자문인력·투자운용인력이라고 볼 수 없어 사
람이 투자자문이나 투자일임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RA의 자산배분 결과를 활용하는 정도만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일정 요건을 갖춘 RA가 사람의 개입 없이 직접 고객에게 투자자문이나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보험업법 제83조에 따라 보험모집을 할 수 있는 자 이외의 자에게 보험모집을 위탁하거나 보험모집에 관해 수수료 등을 지급하는 것이 금지됐다"며 "이 법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보험모집을 할 수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현행 보험업법상 인공지능이 보험모집 행위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한지가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위원은 "사람이 보험모집 행위를 하면서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기능이나 분석결과를 사용하는 정도라면 현행 보험업법하에서도 가능하지만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직접 고객에게 보험모집 행위를 한다고 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는 경우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험모집이 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법적 근거 조항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 인공지능에게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지, 인공지능에게 보험모집종사자로서의 자격 요건과 등록 절차를 적용할 것인지 등 정리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단지 보험업법상의 보험모집종사자 자격 이슈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관련 모든 분야에 있어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나 책임 소재 등의 이슈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위원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 인공지능의 행위에 대한 책임소재 등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별도의 독자적인 보험모집종사자로 인정할 것인지도 함께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