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민은행 개혁 순풍이냐, 역풍이냐…저우 총재 후임 촉각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AFPBBNews=뉴스1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69)의 후임을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저우 총재가 올 가을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 즈음에 물어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차 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 지도부 진용을 새로 짠다.

저우는 인민은행 최장기 재임 총재로 2002년 취임 이후 중국 자본시장의 친시장 개혁과 위안화 국제화를 주도했다. 다만 최근에는 자본유출 바람에 대응하느라 자본통제를 강화하고 위안화 환율의 투명성을 낮췄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저우 총재의 후임이 그의 개혁 유산을 되살릴지, 더 망가뜨릴지 주목된다며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을 소개했다.

◇궈수칭 은감회 주석=중국의 전문관료들은 궈수칭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주석(61)을 저우 총재의 가장 유력한 후임으로 꼽는다. 궈 주석은 저우 총재와 같은 개혁파로 중국의 경제·금융 개혁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을 주도한 주룽지 전 총리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궈 주석은 중국 경제의 성장판 가운데 하나인 산둥성의 성장으로 개혁을 주도하다 올 초 은감회 수장으로 발탁됐다. 중국 기업들의 과도한 차입과 자산시장 거품 등에 대한 우려가 한창일 때 중책을 맡은 셈이다. 은감회는 최근 다롄완다, 안방보험 등 중국에서 해외 M&A(인수합병)를 주도해온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인민은행 부총재와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국장 등을 지낸 궈수칭이 은감회를 맡은 건 애초에 격에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그를 은감회 수장으로 앉힌 게 인민은행이 주도할 초강력 규제기구의 출범을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돌기도 한다고 FT는 전했다.

궈수칭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주석/사진=블룸버그

◇장차오량 후베이성 당서기=장차오량 후베이성 당서기(59)는 최근에야 저우 총재의 후임 후보로 부상했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을 이끄는 앤드류 폴크는 장 서기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인민은행 총재에 어울리는 뛰어난 이력서를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 서기는 궈 주석처럼 지방 정부를 이끌면서 금융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중국 최대 정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과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농업은행의 수장을 지냈다. 인민은행 선전 지점을 이끌기도 했다.

시 지도부의 '실세'로 꼽히는 왕치산 중국 공산당 중앙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의 인연도 주목할 만하다. 장 서기는 1999년 당시 광둥성 부성장으로 있던 왕 서기와 함께 광둥국제신탁투자공사(GITIC) 파산 사태를 수습했다. GITIC의 파산은 중국에서 사상 최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기록돼 있다.

장 서기는 2014년 이후 3번이나 승진했을 정도로 시 주석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차오량 후베이성 당서기/AFPBBNews=뉴스1

◇류스위 증감회 주석=류스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56)은 지난해 증감회 수장이 돼서야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인민은행에서 경력을 대부분 쌓은 탓이다. 8년간 인민은행 부총재를 지낸 바 있다.

2015년 중국 증시의 거품이 터진 가운데 증권당국 수장이 된 그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 증시 대표지수인 CSI300은 지난해 2월 류 주석이 취임한 이후 약 20% 올랐다. 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고 금융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정공법을 쓴 결과다. 류 주석은 지난해 보험업계가 과도한 차입으로 야만적인 기업 인수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저우 총재도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을 거론하며 더 이상 과도한 레버리지(차입)와 낮은 수준의 자기자본, 부실대출 등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이강 인민은행 부총재(59)는 인민은행 내부에서 저우 총재의 가장 유력한 후임 후보로 거론된다. 2008년부터 부총재로 저우 총재를 보좌했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인디애나대에서 교편을 잡는 등 미국에서 8년간 생활해 영어가 유창하다. 1994년 귀국해 베이징대 교수로 있다가 97년 인민은행에 합류했다.

인민은행이 글로벌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기엔 이 부총재가 적격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제적인 감각이 탁월하고 외부에도 잘 알려진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중국발 충격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소통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에서다.

FT는 그러나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국제 행사에 자주 얼굴을 비친 이들이 중국 정부 고위직에 발탁된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