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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안경환과 탁현민의 성의식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7.06.26 03:25|조회 : 6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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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맑은 샘물과 같습니다. 마시면 되는 것입니다. 내 천당은 물렁물렁한 침대가 있고, 옆에는 암컷이 하나 누워있는 향긋한 방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이놈의 연장은 언제 어디서든 암컷만 만나면 내 대가리를 돌게 만들고 지갑을 열게 만듭니다.”

현대문학의 성자(聖者)로 추앙받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구절이다. 20세기 또 다른 성자 알베르트 슈바이처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처럼 나에게 큰 감동을 준 사람은 없다”고 말한 바로 그 작가다.

카잔차키스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발표한 게 1942년이고 그가 그리스 내무부 장관에 취임한 때가 1945년이니까 70년이 더 지난 일이긴 한데 카잔차키스가 2017년 대한민국 청문회장에 섰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모르긴 해도 ‘성자’ 카잔차키스조차 장관 자리에 오르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 성숙한 서양 여자의 벗은 몸에서는 짐승 냄새가 난다. 점원의 매끈하면서도 단단한 종아리는 여지없이 내 엉성한 선글라스를 뚫는다.”

성매매를 합리화하고 여성비하적이며 저급한 성의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야당과 여성단체는 물론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낙마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쓴 글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문장과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더 우회적이고 점잖다.

그럼에도 그는 성자는커녕 양아치 수준의 사람으로 놀림을 당하더니 결국 물러나고 말았다. 하긴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자신의 저작물로 인해 그리스 정교회의 규탄을 받았고 금서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2017년 대한민국의 성담론은 70년 전 그리스 정교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안경환에 이어 야당과 여성단체는 물론 일부 여당 의원까지 나서 사퇴를 압박하는 또 한 사람이 있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비서관이다. 그도 죄명은 똑같다. 여성비하적이며 천박하고 왜곡된 성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허리를 숙였을 때 젖무덤이 보이는 여자와 뒤태가 아름다운 여자가 끌리는 여자다. 내 성적 판타지는 임신한 선생님이다.” 10년 전 그가 쓴 수필집에 나오는 이런 내용들이 과연 여성비하적이며 왜곡된 성의식의 발로일까.

“누구에게 흥분을 느낄지는 자기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맛의 아이스크림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섹스는 본래부터 이상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시대의 현자(賢者)이자 ‘연애학 박사’로 평가받는 스위스 태생의 천재 작가 알랭드 보통이 ‘인생학교,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알랭드 보통의 지적대로라면 가슴이 큰 여자를 좋아하든 임신한 선생님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든 그건 취향의 문제지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커피를 마실 때 아메리카노를 마시든 라떼를 마시든 시비를 걸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정치권이나 언론 또는 시민단체가 어떤 사람을 공격할 때 섹스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건 이유가 있다. 누구에게나 가장 취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성과 섹스에 대한 공격을 받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처럼 비열한 짓도 없다. 어떤 사람의 행위가 아닌 그가 쓴 저작물의 내용에 대한 공격이라면 더 그렇다. 현대판 분서갱유일지도 모른다. 문재인정부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2017년 6월 대한민국은 야만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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