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땐 교육특구 수험생 '수능 고착화' 심화 예상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오세목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장(중동고 교장) 을 비롯한 자사고 교장들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중동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 자사고 폐지 반대 긴급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DB)© News1 성동훈 기자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를 놓고 찬반논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특정지역 출신 학생들의 대학입시 방법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양천구 등 이른바 교육특구 수험생들의 '정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5일 고려대 연구팀이 지난해 서울지역 출신 대학 입학생 436명의 고교유형 및 거주지별 대입전형방법을 조사한 '대학입학전형 영향요인 분석'에 따르면 자사고 출신 학생 중 정시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80%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일반고 출신들의 정시 진학비율(69.6%)보다 높은 편이다.

교육특구 출신 학생들의 대학 입학유형도 비슷하다. 거주지별로 보면 강남·서초·송파·양천구 출신 학생 중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81.9%로 나타났다. 그 외 지역 학생 중 정시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69.9%였다.

고려대 연구팀은 "고교체제 가운데 상위권에 분포한 학교나 성적 우수학생이 많은 교육특구 내 학교 학생들의 경우 내신성적에서 상대적 우열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아 (내신성적이 중요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전형에서 이점을 갖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따라서 이들이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을 전략적으로 준비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사고·교육특구 학생들의 정시 집중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일반고보다 수시전형을 통한 대입에 불리한 환경이 꼽힌다. 수시전형은 내신이 중요한데 우수학생이 몰리는 자사고와 교육특구에서는 성적경쟁이 치열해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적인 불리함 때문에 일부러 '좁은 문'을 비집고 들어가는 셈이다. 현재 학종을 비롯한 대입 수시전형 비율은 70%가 넘지만 정시전형 비율은 30%가 채 안 된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같은 학교에서 우수학생끼리 내신성적 경쟁하는 것보다 전국 학교의 수험생과 수능성적 경쟁하는 게 희망 대학에 갈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사고가 폐지될 경우 교육특구의 정시 고착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전국단위 자사고 관계자는 "그동안 교육특구의 학업 우수학생들이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국단위 자사고나 서울지역의 23개 자사고에 분산돼 있었다"며 "하지만 자사고가 폐지되면 자사고 진학을 희망했던 학생들이 대부분 거주지 내 일반고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해당지역의 내신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고 이를 우려한 학생들의 정시 쏠림현상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사고 관계자는 "현재 지나친 수시와 학종 확대로 내신이 불리한 교육특구 학생들이 정시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자사고 폐지로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입시환경의 변화로 특정지역의 많은 학생들이 대입전형 선택에 제약이 생긴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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