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소 ODM 나타났다"…美세포라도 반한 코스맥스의 경쟁력

"샘플은 좋네요. 하지만 화장품은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해요. 저희 제품 생산을 중국 기업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지난 2015년 제품 샘플을 들고 미국 현지 화장품 고객사를 찾아갔던 유석민 코스맥스USA 대표는 업체 관계자의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에 매우 당황했다. 이날은 코스맥스 미국법인이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것을 알리려고 3번째 찾아간 자리였다. 앞서 2차례 미팅을 했는데도 그 담당자는 코스맥스를 기억조차 못했다. 코스맥스는 매출 기준으로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업계 글로벌 1위인데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미국 현지 업체는 전무했다.


"신제품 나오면 저희한테 먼저 보내주세요. 한국 공장 발주도 검토해 볼께요." 2017년 6월 현재 코스맥스 미국법인은 현지 고객사 100여곳을 확보했다. 로레알그룹과 에스티로더그룹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비롯해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그룹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도 코스맥스에 제품을 맡긴다. 이 뿐이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핫한 메이크업 브랜드 '글로시에' 주력 제품도 코스맥스 미국공장에서 만든다.

◇기초부터 색조까지 '논스톱'…"세포라·얼타도 반했다"=코스맥스가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지난 2013년으로 국내 화장품 ODM 업계 최초였다. 수십년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온 로레알그룹의 제안으로 오하이오주 솔론시에 있는 공장(총 면적 2만9750㎡)을 인수해 2년여에 걸쳐 시설을 개보수하고 최신 시스템을 들여놓는 등 투자를 진행했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기초·색조 화장품 1억개 이상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이지만 현지 ODM 업계 수준은 한참 떨어진다. 대부분 가내수공업 형태로 특화된 1~2가지 제품만 생산하는 방식이어서 기초부터 색조까지 한달에 30~40개 신제품을 쏟아내는 코스맥스와는 경쟁이 안 된다. 그런데도 처음엔 중국 기업으로 오해하는 고객사가 많아 미국 시장에서 영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R&D(연구개발) 인력만해도 미국 ODM 회사들은 적게는 2~3명, 많아도 20~30명 수준인데 비해 코스맥스는 한국·중국 등 350여명의 글로벌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미국 뉴저지 코스맥스미주법인에 별도 'R&I(Research&Innovation)센터'를 두고 35명의 연구 인력이 현지 화장품 시장 트렌드와 제품만 개발한다. 미국 현지 업체는 제품 개발에 평균 18~24개월 걸리지만 코스맥스가 6~9개월만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이다.


지금은 코스맥스의 경쟁력이 입소문나면서 랑콤, 슈에무라, 메이블린, 나스, 오리진스, 레블론 등 글로벌 유수 화장품 브랜드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화장품 시장 트렌드를 쥐락펴락 하는 양대 편집숍인 세포라와 얼타 등에도 코스맥스 제품이 들어간다. 최고 기술력을 갖춘 'K뷰티' 선두 기업이라는 사실도

뉴저지 사무실에서 만난 크리스토퍼 마넨티 코스맥스USA 영업마케팅 부사장은 "1~2년 전 회사 앞까지 찾아가도 시간을 내주지 않던 고객사 관계자들이 요즘은 먼저 제품 의뢰를 해 온다"며 "대부분 기초부터 색조까지 논스톱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 놀라워 한다"고 말했다. 마넨티 부사장은 "화장품 ODM 업계에서 25년 넘게 일했지만 미국 토종 업체 중 코스맥스 같은 시스템을 갖춘 곳은 한 곳도 없다"며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동시 생산이 가능한 것에 관심을 갖는 고객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위)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코스맥스USA R&I 센터 연구원들이 제품 개발 작업을 하고 있다. (아래)미국 오하이오주 솔론 코스맥스 공장 전경/사진=송지유 기자, 코스맥스

◇美 매출 2020년 2000억 달성…건기식 본격화, 남미·유럽도 진출=코스맥스는 미국에서 공장을 본격 가동한 사업 원년인 지난해 180억원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화장품 ODM 부분에서 350억~400억원, 내년에는 700억~800억원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맥스그룹 내 건강기능식품 계열사인 뉴트리바이오텍도 미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화장품과 건기식을 합한 미주시장 매출 목표는 올해 500억원, 내년 1000억원이다.

유 대표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뷰티기업 중 최단기간 1000억원 매출 신화를 쓸 것"이라며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0년엔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해 미국 1위 ODM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요 글로벌 브랜드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외주 생산 비율을 높이고 있는데다 브랜드 사업에 도전하는 뷰티 스타트업이 늘고 있어 ODM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출 1000억원이 넘어서면 오하이오 공장만으로는 생산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2공장 부지도 물색하고 있다. 생산시설이나 인력 등 면에서 시너지가 날 만한 업체를 M&A(인수합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코스맥스의 미국 진출은 남미, 유럽으로 시장 확대가 수월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미 코스맥스 미주법인은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 화장품 브랜드와 상품 개발을 시작했다. 유 대표는 "미국 현지 고객사들과 제품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피부색을 경험하고 세분화된 제품 라인업도 갖추게 됐다"며 "아시아 시장, 스킨케어 분야에 특화돼 있던 코스맥스가 이젠 전 세계 색조 시장에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이유"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