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로엡, 네슬레 찍었다…로레알 지분 매각 등 요구

대니얼 로엡 서드포인트 설립자 겸 CEO(최고경영자)/사진=블룸버그

미국 헤지펀드 서드포인트가 세계 최대 식품회사인 스위스 네슬레를 표적으로 삼았다. 서드포인트는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대니얼 로엡이 설립한 헤지펀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서드포인트는 이날 낸 투자서한에서 네슬레 주식 약 4000만주와 일부 옵션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지분 가치가 35억달러(약 4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서드포인트는 서한에서 네슬레 경영진을 압박하겠다며 로엡의 행동주의자 면모를 드러냈다. 프랑스 화장품업체 로레알 지분을 매각하고 레버리지(차입)를 늘려 자사주 매입(바이백)을 확대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도 재검토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서드포인트는 "네슬레가 생활소비재(CPG) 부문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네슬레 주가는 미국과 유럽의 다른 소비재기업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왔다"고 지적했다.

네슬레는 로레알 지분 23.2%를 갖고 있다. 시장 가치로 약 270억달러어치에 이른다. 네슬레가 보유한 브랜드는 2000개가 넘는다. 서드포인트는 이 중 매각할 브랜드를 솎아내고 M&A(인수합병)를 통한 성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네슬레에 영업마진율을 2020년까지 18~20%로 높일 것을 요청했다.


서드포인트는 그동안 미국과 일본 기업을 주로 표적으로 삼았지만 최근 유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드포인트는 지난 4월27일에 낸 투자서한에서 유럽 경제지표가 강력하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대선(당시 1차 투표)이 불상사 없이 에마뉘엘 마크롱의 승리로 끝나 유럽의 경제지표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블룸버그는 로엡과 같은 주주행동주의자들이 네슬레같은 소비재기업을 주로 표적으로 삼는 건 이 산업이 비용은 많이 드는데 성장세가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주행동주의 투자자의 목표는 주주이익 극대화다. 이들은 흔히 투자한 기업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구조조정, M&A 등을 통해 수익을 늘리라고 압박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경영진 교체 압박도 서슴지않는다.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은 곧 주주행동주의자들의 이익이 된다.

한 예로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로 역시 주주행동주의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2015년 미국 식품회사 몬델레즈 지분 56억달러어치를 끌어모으며 경영진에 실적 개선을 압박해 비용절감을 이뤄냈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업체인 미국의 프록터앤드갬블(P&G)은 최근 또 다른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의 표적이 됐다. 트라이언펀드는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 2월 P&G의 지분을 새로 매입했다며 총 지분액이 33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