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 수협, 대출 낚으러 수도권 진출..리스크 우려도

주로 바닷가 어촌 근처에서만 볼 수 있었던 상호금융회사인 단위 수협 점포가 최근 들어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 부쩍 늘었다. 연근해 어획량이 줄면서 지방의 단위 수협이 대출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잇따라 진출했기 때문이다.


26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단위 수협이 수도권에 개설한 점포는 5곳이다. 지난해 수도권에 개설한 점포가 6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단위 수협의 수도권 공략은 더욱 공격적인 셈이다. 2012년 이후 단위 수협은 서울 11곳을 비롯해 수도권 17곳에 점포를 개설했다.

단위 수협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진출하는 이유는 지방에서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출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전북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이 수도권에 진출하려는 이유와 비슷하다. 단위 수협이 올해 진출한 5곳은 서울 중계동, 잠실, 은평, 왕십리뉴타운과 경기 안양 범계역 등 부동산시장이 활황인 곳이다.

단위 수협은 수도권 진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 분당 수내역에 점포를 낸 포항수협은 대출금이 2015년 2192억원에서 지난해 3365억원으로 53% 급증했다. 같은 해 10월 서울 강남 역삼에 점포를 낸 영광군수협은 대출금이 1602억원에서 2291억원으로 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자료가 공개된 단위 수협 전체의 총 대출금 증가율 16%를 크게 웃돈다. 포항수협과 영광군수협 모두 정책자금 대출은 거의 늘지 않고 상호금융 대출이 급증했다.

수도권 진출로 대출 증대 효과를 누린 단위 수협은 수도권 다른 지역에 추가 점포를 내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강남 역삼에 점포를 낸 영광군수협이나 지난 1월 잠실에 점포를 낸 완도금일수협은 2012년에 각각 서울 발산역과 당산동에 점포를 개설하며 수도권에 첫 진출했다. 단위 수협이 담당 권역 이외 지역에 낼 수 있는 점포수는 2개로 제한되는데 이를 모두 수도권에 배치한 것이다.


수협 관계자는 “대부분의 조합이 어촌에 자리해 있는데 지역 특성상 수신과 여신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며 “적정 예대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출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위 수협의 수도권 진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겉으로 보이는 건전성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대출을 급격히 늘리다가 부실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영광군수협의 지난해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8%로 전년보다 0.66%포인트 하락했고 연체대출비율 역시 1.93%로 전년대비 1.34%포인트 개선됐다. 하지만 이는 대출자산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착시효과일 뿐이다. 대출자산이 늘어나면 분모가 커지며 건전성 지표는 개선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단위 수협은 자영업자 대출을 많이 늘리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감원은 오는 27일부터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농·수·신협 및 산림조합 15곳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 급증세는 진정됐으나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증가세가 가팔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위 수협은 담보가 확실한 주택담보대출 등을 장려하고 있어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단위 수협 관계자는 “대부분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어 리스크가 크진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