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800대 전기차 폐전지 쏟아지는데...법안은 미비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장려하는 가운데, 다쓴 폐전지를 처리하고 관리하는 법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리튬이온전지)는 다쓸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명목으로 지자체에 반납하도록 의무화만 돼 있고 이를 재활용하거나 처리하는 법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당장은 민간업체들의 재활용 기술이 부족하고, 업체도 몇군데 없어 기반이 갖춰진 후 법제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국내에 등록된 전기승용차는 1만3812대로 집계됐다. 2011년 344대에서 2012년 1091대, 2013년 1871대, 지난해말에는 누적 1만855대를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을 전지의 방전 깊이(DOD, Depth of Discharge)로 설명하는데 전지를 100% 충전과 0% 방전될 때까지 사용했을 때 약 DOD 500회가 수명에 지장없는 정도로 본다.


즉, 전기차 전지를 500회정도 충전을 반복하면 수명이 70% 이하로 떨어져 교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을 기준으로 봤을 때 DOD 500회면 10만km 이상을 달리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10만km의 주행거리면 평균 4~5년이면 전지 교체가 필요하다. 국내에 여태껏 판매된 전기차를 놓고 봤을때, 올해에만 약 1000여대의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고, 내년 1800여대, 내후년엔 3000여대까지 국내 전기차들의 배터리 교체 시기가 다가온다는 의미다. 따라서 폐전지를 수거하고 관리하는 법안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존재하는데, 이를 2차전지까지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는 일회용인 리튬1차전지만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폐전지를 수거해 쌓아두고만 있는데 생산자들에게 이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전기차 전지와 거의 비슷한 전지가 쓰이는 ESS(에너지저장장치)등에 의무적으로 재활용하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이후에나 법제화가 본격화 될 것이란 의견이다. 정부 관계자는 "빨라도 내년은 돼야 부처끼리 협의해 전기차 폐전지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설 것"이라며 "제주도의 폐전지재활용센터가 2020년 완공되는 등 재활용 관련 기술 확보에도 나설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