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 결국 美 대법원 손으로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연방 대법원 건물모습. /AFPBBNews=뉴스1

미 연방 대법원이 26일(현지시간) 이슬람 6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정 반이민 행정명령의 일부 집행을 허용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미 연방 대법원은 이날 서명되지 않은 13페이지짜리 결정문을 통해 오는 10월부터 반이민 행정명령의 합법성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한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빚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의 운명은 결국 미 사법부 최고기관인 연방 대법원의 손에 결정될 전망이다. 최종심인 연방 대법원 판결은 최종판결로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

기존 및 수정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하급법원들의 잇따른 중단 판결로 인해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1월말 발표한 반이민 행정명령을 다소 완화해 지난 3월 발표한 수정 반이민 행정명령은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이슬람 6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한다. 또한 미국 난민수용프로그램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 주정부,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기존과 수정 반이민 행정명령이 이슬람이라는 특정종교를 믿는 국가 국적자들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고 있어 종교적 차별 등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해왔다. 일부 연방 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잇따라 행정명령의 집행을 중단시키는 판결을 내려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연방 대법원은 “대통령은 미국의 누군가 또는 일부 기관과 진실한 관계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집행할 수 없다”며 반이민 행정명령의 집행범위를 축소했다. 즉, 이슬람 6개국 출신이라도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 및 거주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행정명령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오는 10월 수정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구두변론을 청취할 때 이 사건을 면밀하게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향후 3개월간 여름 휴정에 들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정 반이민 행정명령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고, 이달 초 관련소송이 지속되더라도 행정명령의 집행을 허용해달라며 대법원에 긴급 청원을 제기했다. 백악관은 또한 대법원이 이 사건의 근본적인 이슈들을 심리하고, 수정 반이민 행정명령의 허용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수정 반이민 행정명령은 3일 이후인 29일부터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 각서(Memorandum)에서 법원이 반이민 행정명령 집행을 허용할 경우 72시간 내 행정명령을 실행하라고 행정부 관련기관들에 지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결정과 관련, 성명서를 통해 "오늘 대법원의 만장일치 결정은 우리 국가 안보를 위한 명백한 승리"라며 "이는 테러경향이 있는 6개국에 대한 입국 금지와 난민(프로그램) 중단을 대부분 집행할 수 있게 허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으로서 나는 우리를 해롭게 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허용할 수 없다. 나는 미국과 모든 미국 시민들을 사랑할 수 있고, 열심히 일하고 생산적일 수 있는 사람들을 원한다"며 "총사령관으로서 나의 첫번재 책임은 미국인들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아울러 "오늘의 판결은 나에게 우리 국가의 본토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나는 특히 대법원의 결정이 9-0이었다는 점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