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업계 "우선손실충당, 관행이 더 무서워"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투자 3조원, 운영자산 30조원 시대에 걸맞는 투자시장을 형성하는데 모두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제공=벤처캐피탈협회

법에서는 일찌감치 사라진 우선손실충당제가 지금도 벤처캐피탈(VC)의 투자여력과 신규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가들이 관행적으로 요구하고 있어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27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선손실충당의 관행화로 VC업계의 펀드 출자 부담이 커 새로운 펀드 조성이 어렵다"며 "실효성이 없는 우선손실충당은 법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선손실충당제란 펀드가 손실날 경우 위탁운용사(GP)의 출자금부터 먼저 손실을 부담케 하는 제도다. 이를테면 GP가 10억원을 출자한 100억원 규모의 펀드가 해산 후 80억원이 남은 경우 GP의 출자금 10억원부터 손실처리한 후 나머지 손실분 10억원을 펀드 출자자(LP)의 출자비율대로 배분하는 것.

이 제도는 1986년 창업지원법 제정 당시 벤처투자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민간 출자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2000년 조합의 성과와 손실을 조합원간 균등하게 분배한다는 취지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현실에선 2016년 말 기준 실질적으로 운용중인 486개 투자조합 중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한 조합이 238개로 49%에 달한다.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한 조합은 대부분 국민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빅3 기관투자가가 출자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을 가진 기관투자가의 요구가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우선손실충당금은 국내에서만 존재하는데다 국내에서도 특히 벤처펀드에서만 강조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실제 펀드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는 연간 1~2건 있을까말까로 미미해 GP의 손실 부담이 큰 것은 아니다"라며 "진짜 문제는 이로 인한 VC의 출자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손실충당제가 효력이 있으려면 GP의 출자비율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업법령상 GP의 최소 출자한도는 조합결성액의 1%이나 우선손실충당의 관행화로 GP의 출자액은 현재 12%에 달한다. 자본금 대비 조합출자액 비중은 120%를 웃돌고, 우선손실충당 비중은 자본금의 30%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출자비율 때문에 펀드 몇개만 조성해도 다른 펀드에 출자할 여력이 없다"며 "LP들도 우선손실충당이 결코 보호장치가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관행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자본시장통합법'처럼 공모 투자조합 등에 대해 GP의 우선손실충당 방식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기적으로는 우선손실충당을 하는 경우라도 GP에게 배분될 금액을 청산시까지 별도로 관리하는 규정은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은 "벤처투자 관련법령 통합문제와 우선손실충당제도 문제 등 비생산적인 환경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신규투자 3조원, 운영자산 30조원 시대에 걸맞는 투자시장을 형성하는데 모두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