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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통신사 동네북 된 사연

광화문 머니투데이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입력 : 2017.06.30 03:00|조회 : 9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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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 없는 기업은 사회악이다.’ 경영학자들이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거론할 때 곧잘 쓰는 표현이다. 적정 이윤을 내 세금을 납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주주와 사회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익을 내고 있다는 이유로 사회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도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대표적이다.

통신비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심지어 소비자들, 그 어디에도 사업자 편은 찾아보기 힘들다. 새 정부 들어서는 더욱 심하다. 시쳇말로 적폐 대상으로 치부될 정도다. 정부는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 이행이 어렵게 되자 휴대전화 약정 할인율을 올리고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벼른다. 노년층과 저소득층 136만명의 통신비도 신규 혹은 추가로 월 1만1000원을 깎겠다고 한다. 이들 대책안이 시행되면 연간 최대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업계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대책 논의 과정에서 사업자들의 동의나 설득 과정은 없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기본료 폐지 공약에서 후퇴했다고 압박한다. 투자가 위축돼 산업생태계가 망가진다거나 정부가 민간경제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주장은 사업자들의 ‘뻔한 변명’으로 듣고 흘린다.

 사업자들은 억울해 한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통신 품질에 통신요금 수준 역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라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회적 취약계층 대상 통신요금 감면 혜택 등 통신복지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매번 동네북 신세라고.

 통신사업자들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됐을까. 정치권의 표퓰리즘이나 공짜일수록 좋은 이기적 소비심리만 탓하기엔 사업자들이 비난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수십 년 동안 서비스나 요금 혁신 대신 앞뒤 가리지 않고 가입자 빼앗기 경쟁을 일삼은 데 따른 업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전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보조금대란으로 100만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가격이 하루아침에 20만원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소비자와 지역에 따라 가격도 들쭉날쭉했다. 수십만 원의 보조금 편차를 이용한 폰테크족까지 성행할 정도였다. 100명 중 10명은 보조금으로 이득을 봤지만 나머지 90명은 호갱(?)으로 전락했다. ‘쩐(보조금)의 전쟁’은 이동전화든 초고속인터넷이든 장기 우량 가입자들까지 등을 돌리게 했다. 통신사업자들이 대다수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아온 이유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3년 가까이 지났지만 통신사에 대한 불신의 벽은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고 있다.

[광화문]통신사 동네북 된 사연
 사업자들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더이상 통신산업의 미래는 없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요금인하 공세는 끝없이 반복되고 이는 사업자들의 투자여력 상실로 이어져 단말기와 콘텐츠, 장비 등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 통신 전후방 생태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 스스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뼈를 깎는 서비스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기존 통신요금 위주 수익모델을 대체할 수 있는 신사업구조로의 전환작업에도 속도를 더 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동안 통신업계의 진흙탕 싸움을 방관하며 이를 핑계로 규제 권한 늘리기에 급급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라도 자발적인 시장 경쟁과 재편을 촉진하도록 정책 틀을 새로 짜야 한다. 규제확대를 통한 땜질식 처방은 하수들이나 하는 정책이다. 약정할인율 인상, 보편요금제 의무화 등 인위적 통신비 대책은 부작용도 심하다. 알뜰폰사업자나 중소 유통업계의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단적인 예다. 결국 경쟁 활성화를 통한 해결이 상책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새겨야 한다. 자의적 잣대로 요금할인율까지 조정하는 것도 모자라 통신요금까지 정부가 직접 짜겠다는 시장에는 어떤 희망도 기대할 수 없다.

성연광
성연광 saint@mt.co.kr

'속도'보다는 '방향성'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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