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햄버거 대명사 '롯데리아'…매장열면 죽은상권도 살아

(왼쪽부터) 롯데리아 베트남 쩐흥다오점, 롯데리아에서 인사하는 '키맨'과 직원들.

"신짜오, 롯데리아!(안녕하세요, 롯데리아입니다!)" 지난 8일 오후 3시쯤 베트남 호찌민 내 롯데리아 윈후터점에 들어서자 파란색 티셔츠에 스마일 배지를 단 인사 전담직원 '키맨'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곧 그를 따라 다른 직원들도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새로운 손님이 들어설 때마다 인사를 반복했다. 고객들은 직원들의 우렁찬 인사에 미소로 화답했다.

롯데리아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꾸오이 렌 디'(다함께 웃자) 캠페인이다. 롯데리아는 베트남 1위 QSR(퀵서비스레스토랑) 브랜드다.

1998년 롯데리아가 현지법인을 설립해 베트남에 진출한 지 올해 19년째, 내년이면 스무해를 맞는다. 베트남에서 '성인식'을 앞둔 롯데리아에는 최근 가맹점을 열고 싶다는 자산가들이 줄을 선다.

베트남 롯데리아의 31번째 가맹점인 호찌민<br> 빈록점.

◇"롯데리아 먹자" 햄버거 대명사…매장 들어서면 죽은상권도 살아나="롯데리아 가맹점을 하려고 사무실을 한달간 찾아가서 사정했습니다." 지난 3일 호찌민시 딴푸군에 오픈한 31번째 가맹점, 롯데리아 빈록점은 개점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맹점주인 칸씨(36)는 베트남 1위 오토바이 브랜드 '혼다' 매장을 6개 운영하는 지역 큰 손 사업가다. 하지만 롯데리아는 본인 건물에 롯데리아 가맹점을 내달라는 칸씨에게 "어렵다"고 답했다. 상권이 발달하지 않아 점주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까지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했다.


칸씨는 "처음에는 서운했는데 본사 직원 4명이 번갈아 매장을 다녀가면서 꼼꼼히 살펴보는 모습에 마음이 풀리고 납득이 됐다"며 "가맹점에 물건만 파는게 아니라 제대로 사업한다 싶어 더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리아 매장을 성공적으로 키워 나중에 2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재력가들 사이 롯데리아 가맹점이 알짜 사업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국의 앞선 프랜차이즈 시스템, 뛰어난 맛과 품질, 1위 브랜드 위상에 현지 직원들의 꼼꼼한 상권분석이 더해져 실패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 정설로 통한다. 가맹점 출점 속도도 빨라졌다. 2014년 1호점을 연 후 이듬해 말까지 5개에 그쳤던 가맹점 수는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해 현재 32개로 늘었다. 특히 하이퐁과 다낭, 건터 등 베트남 5대 도시이지만 롯데리아가 직영점을 내기 어려웠던 지방까지 매장이 퍼졌다.

김동진 롯데리아 베트남 법인장은 "잘 나가는 가맹점은 월평균 매출이 5000만원에 달한다"며 "수익구조를 꼼꼼히 짜서 매장을 열기 때문에 한 번 가맹점주가 된 사람들이 주변에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베트남의 열악한 도로 사정상 롯데리아는 그동안 관리가 쉬운 호찌민과 하노이 위주로 매장을 출점해왔다. 이 때문에 매장이 귀한 지방에서는 롯데리아가 줄 서는 맛집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가맹점을 여는데 필요한 초기 투자비용이 45억동(한화 2억5000만원)으로, 베트남 1인당 GDP(약 260만원)의 100배에 달하지만 가맹점 요청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직영점 내실화로 수익까지…5년뒤엔 매장 400개=가맹점을 통한 지방 공략과 더불어 기존 직영점에 대한 내실화 작업도 병행한다. 롯데리아는 2011년 100호점에 이어 2014년 200호점을 돌파하는 등 매장 확대에 주력했지만 베트남 외식 시장 환경이 달라진 만큼 양적 성장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호찌민 점포 4곳의 리뉴얼을 마쳤고 연내에 6개 매장을 추가로 재단장한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직영점을 과감히 정리하는 작업도 속도를 낸다. 한 때 200개 넘었던 직영점은 현재 175개로 줄었다. 앞으로 5년간 가맹점은 전국적으로 늘리고 직영점은 보수적으로 선별 출점해 각각 200개씩 안정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현지 물가 수준에 맞는 대중적인 브랜드로 시장에 안착하는 작업도 지속한다. 베트남에서 햄버거가 더 이상 낯선 메뉴가 아닌 만큼 앞으로는 쌀국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김 법인장은 "급변하는 베트남 외식시장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롯데리아를 베트남 국민 누구나 즐겨 찾는 국민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호찌민에 5개 매장을 운영중인 엔제리너스커피도 올해부터 본격 육성할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에서 원두커피 문화가 삽시간 퍼졌듯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베트남도 원두커피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왼쪽은 롯데리아 베트남 윈후터점에서 직원이 인기 메뉴를 서빙하는 모습. 오른쪽 위는 윈후터점, 아래는 미토점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