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에도 꽉 찬 인니 롯데리아…글로벌 브랜드 도약 배경은

(위)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롯데쇼핑 에비뉴 4층 롯데리아 매장 전경.(아래)현지 손님들이 주문하고 있다. 가운데에는 현지 배달 어플리케이션 '고젝'(Gojek) 직원. 배달앱을 통한 주문도 매달 증가하고 있다. /사진=배영윤 기자

지난 1일 오전 11시쯤 찾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롯데쇼핑 에비뉴 4층 롯데리아 매장. 무슬림들이 낮 동안 금식을 하는 '라마단' 기간인데도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로 붐볐다. 채주병 롯데리아 인도네시아법인 영업·마케팅 팀장은 "최근 무슬림들은 개인 사정에 맞게 각자 기간을 정해 금식을 실천하는 분위기"라며 "라마단 기간에도 손님들이 꾸준해 다양한 프로모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버거보다 밥 메뉴를 찾는 손님이 더 많았다. 베스트셀러는 접시 하나에 치킨·밥·스크램블 에그·샐러드 등으로 구성된 '치킨 스페셜 콤보'. 밥 위에 커리소스나 김 자반 등을 곁들인 응용 메뉴도 인기다. 최근 K푸드 열풍에 맞춰 출시한 신메뉴 '불닭 버거'는 전체 매출에서 10~20%를 차지할 정도로 초기 반응이 뜨겁다. 손상현 롯데리아 인도네시아법인장은 "현지화 메뉴 개발을 위해 상품개발자들이 인도네시아 전역을 돌며 현지식을 섭렵했다"며 "길거리 음식을 잘못 먹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고생하며 연구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진출 5년 만인 지난해 초, 세계 3대 할랄 인증 기관 '무이'(MUI)로부터 'A등급' 인증을 받기도 했다. 외국식품기업으로는 최초다. 롯데리아보다 10년 앞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맥도날드도 지난해 여름에야 A등급을 받았다. 손 법인장은 "모든 재료를 인도네시아에서 수급하고, 제조 공정·매장까지 할랄 기준에 맞추기 위해 공들였다"며 "현지업체들과 신뢰를 쌓으며 레시피를 개발해 얻을 수 있었던 값진 성과"라고 말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매장 기둥에 MUI 할랄 인증마크. 신메뉴 '불닭버거'. '치킨 스페셜 콤보' 등 현지화 메뉴가 적힌 메뉴판/사진=배영윤 기자

베트남에서도 철저한 현지 식문화 연구가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베트남의 낮은 물가를 고려해 지난 3월 1달러 '멜리메뉴'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햄버거 2종과 사이드 메뉴 3종, 디저트 3종 등 총 10종으로 구성된 멜리메뉴 덕분에 최근 약 3개월 간 매장 방문객이 10% 늘었다. 쌀이 주식인 것을 고려해 선보인 라이스메뉴 4종과 간장소스·허니소스 등으로 맛을 다양화한 치킨 메뉴들도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다.

동시에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 등 한국 인기 메뉴를 전파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국의 맛이 적절히 섞인 메뉴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롯데리아를 차별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와 현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 전략의 승리다.


한국 내셔널브랜드로 출발한 롯데리아는 이제 동남아 시장에서 맥도날드, 버거킹 못지않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수년간 쌓은 현지화 노하우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든든한 뒷배가 되고 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얀마(2013년), 캄보디아(2014년), 카자흐스탄(2015년)에도 MF(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했다.

손 법인장은 "베트남에서의 성공 경험이 인도네시아와 동남아 사업 전반이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며 "앞으로도 몽골 등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을 노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