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증권 평정한 미래에셋 “이제는 은행과 정면승부”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 IMA(종합투자계좌)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상품으로 은행 예금과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 미래에셋금융그룹 고위 인사는 최근 그룹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초대형IB(투자은행)가 미래에셋그룹의 핵심 성장전략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초대형 IB에 허용되는 IMA 업무에 대한 기대감을 분명히 했다. 원금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은행 예금과 성격이 비슷하면서도 실적배당이라는 이점까지 갖춘 IMA로 미래에셋의 제2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다음달 1일 창립 20주년을 맞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은행과 정면승부를 벌일 태세다. 주력자회사인 자본 7조원 규모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에 이어 IMA 업무 시행 초읽기에 들어가면서다. 그룹을 20년 만에 자본시장 최대 공룡으로 키운 박현주 회장의 초대형IB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할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통합 출범 후 창립멤버인 최현만 대표(수석부회장) 직속의 초대형투자은행추진단에서 IMA 사업성 평가 작업에 여념이 없다. 1조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자사주 처분과 대규모 이익 내부유보 등을 통해 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늘리면 IMA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조달과 운용 금리를 토대로 실무적으로 언제든지 IMA 업무에 착수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부터 대형증권사의 초대형IB 제도와 관련, 발행어음(자본 4조원 이상)과 IMA(8조원 이상) 업무를 허용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향후 최소한 몇 년 간은 미래에셋대우가 증권사 중 IMA 업무를 독점할 거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NH, 한국, 삼성, KB 등 자본 4조원대 경쟁 증권사들이 대형 M&A(인수·합병) 매물이 전무한 상황에서 대주주 증자 여력마저 떨어져 몇 년 안에 자본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IMA의 최대강점은 금리다. 채권과 펀드의 중간성격을 지닌 IMA는 은행 예금보다 금리 경쟁력이 앞선다. IMA 금리는 평균 2~3% 수준으로 예상돼 지난 4월 기준 1% 중반(1.44%) 수준인 은행 순수저축성예금 금리(1.44%) 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 초대형투자은행추진단 관계자는 "IMA가 운용 수익을 지급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이지만 펀드와는 달리 원금을 보장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은행 예금금리보다는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IMA는 은행이 예금처럼 조달한 자금을 대출 등 기업금융에 운용해 수익률을 돌려주는 자금조달 수단이다. 여기에 다른 자금조달 수단과 달리 발행한도에 제한이 없어 사실상 은행 예금업무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 같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초대형IB의 자산운용 규제가 산적해 걸림돌도 적지 않다. 기업신용공여(대출) 한도와 유동성 비율 등 규제 여파로 기업금융 확대와 운용 수익률 제고가 여의치 않다.

초대형IB는 기업대출 한도 규제가 없는 은행권과 달리 기업신용공여가 각각 개인과 기업 신용공여를 합쳐 자기자본의 100% 내에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IMA나 발행어음 등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도 기업대출에 투자하기가 여의치 않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기업신용공여 한도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신규 기업대출 여력이 크지 않아 IMA를 통한 이익 창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대형IB가 조달한 자금의 잔존만기 1개월과 3개월 단기유동성비율을 100%로 맞춰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각각 1개월, 3개월내로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에 대해선 같은 기간 안에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국공채나 초우량 회사채, 단기 대출 등 유동성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자산이 대부분 수익률이 낮아 그만큼 운용 수익이 떨어지고 결국 금리 경쟁력이 약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