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자리 내주고도 남는 '대체불가' 뱅커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기술 발달로 많은 은행원이 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남는 은행원은 있다.

지점에서는 기업대출 전문가인 RM(전담역)과 AI(인공지능)보다 역량이 뛰어난 PB(프라이빗뱅커)가 살아남을 전망이다. 기업대출은 기업과 꾸준한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로봇이 대체하기 어렵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기업대출 담당자에게 기업에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은행원이 될 수 있다고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역도 앞으로 남을 은행원으로 꼽힌다. 재무적인 요소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가능하지만 비재무적 요소는 로봇이 대신할 수 없어 사람이 눈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

자산관리부문에서는 대부분의 은행원을 로봇과 AI(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저렴하게 개인에게 제공할 수 있어 일반적인 PB가 설 자리가 없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PB는 계속 고액 자산가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 중에는 비대면을 꺼리는 이들이 많아 미래에도 사람에게 상담받기를 원하는 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PB가 필요하다. 조너선 라슨 씨티그룹 글로벌 소매금융 부문 대표는 “많은 고객들이 여전히 은행원과 대면거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며 “미래의 은행 지점은 라운지처럼 고급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필요한 IB(투자은행) 사업부문도 로봇이 대체하기 어렵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IPO(기업공개) 준비 절차를 자동화하면서 IB업무도 로봇이 대체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골드만삭스가 자동화한 업무는 하급 직원들이 처리하는 일상적인 업무에 한정됐다.

많은 은행원이 사라지지만 빅데이터 전문가, AI 전문가 등은 ‘새로운 은행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빅데이터 전문가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영입했고 신한금융지주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모델 설계자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을 대체할 로봇을 만들고 통제하는 사람은 필요하다”며 “빅데이터와 AI 전문가들은 몸값이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고 말했다.